범죄예방환경설계(CPTED·셉테드) 등을 활용해 범죄를 미리 진단·예방하는 전담팀이 다음달 경찰청에 신설된다. 학대전담 경찰관(APO)과 학교전담 경찰관(SPO)에서 한 단계 발전한 새로운 개념의 범죄예방진단팀(CPO·crime prevention officer)이다.

경찰청은 범죄 취약지를 분석하고, 시민 참여를 통해 예방활동에 나서는 CPO를 올해 하반기까지 전국에 150여명 배치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CPO 신설은 사건 발생 후 대응보다 예방 전략이 더 필요하다는 시민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장기적인 치안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우선 다음달부터 3개월간 서울 성동·관악경찰서 등 10개 경찰서에서 시범적으로 CPO를 도입한다. 경찰청은 연말까지 전국의 1급지 경찰서 142곳에 총 150여명의 CPO를 배치하고, 내년부터는 2·3급지 경찰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PO 도입은 경찰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셉테드 사업 확장과 맥을 같이한다. 2005년 경찰청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한 셉테드는 폐쇄회로TV(CCTV) 설치와 공공미술 적용, 참여치안 활동 등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개념이다. 부산에서 범죄취약구역 16개 마을을 선정해 셉테드 원리를 적용한 ‘셉테드 행복마을’을 도입한 것과 서울 도봉구에서 빈집털이범을 잡기 위해 주택·원룸촌 일대 배관에 특수형광물질을 칠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258개의 셉테드 사업이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한 국민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1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CPO는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어떤 방식으로 범죄 예방 활동을 펼쳐야 할지 설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국의 모든 경찰서에 CPO 한 명 정도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