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과세 혜택을 받는 하이일드 사모펀드가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용등급 BBB+ 이하의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나오는 대로 순식간에 팔려나가면서 새로운 물량을 잡기 위한 각 증권사 창구직원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사모펀드는 모든 투자자에게 개방돼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49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하이일드펀드 인기몰이] '하이일드 사모펀드' 없어서 못 판다…공모주 투자 노리는 자산가 몰려
◆대어급 IPO 기대감 반영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KTB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TB분리과세하이일드 사모펀드’에 746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삼성증권 등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창구를 통해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린 결과다. 지난달 2일 신규 설정된 흥국자산운용의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 사모펀드’도 사전 예약을 통해 410억원어치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자산가들은 우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황을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 대형 공모주가 줄을 이으면서 공모 규모는 작년(4조523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가 최대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 소형건설장비 업체인 두산밥캣의 공모 규모는 1조원 이상, 한국 모바일게임 1위업체 넷마블게임즈의 공모 규모도 2조원을 각각 웃돌 전망이다. 여기에 공모 규모 2조원으로 추산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 상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럼에도 공급은 쉽게 늘어나지 않을 분위기다. 손석찬 KTB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분리과세 하이일드 사모펀드를 찾는 증권사 PB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펀드에 담을 하이일드채권이 부족해 신규 펀드를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분리과세 하이일드 전용 신탁이나 랩어카운트 사정도 마찬가지다.

◆공모펀드 자금은 순유출

분리과세 하이일드 인기가 사모상품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부터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펀드가 담아야 하는 하이일드채권 비중이 30%에서 45%로 확대되면서 기존 30%로만 설정돼있는 공모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뚝 끊겨서다. 지난해 공모펀드 수익률이 3% 안팎에 머물면서 자산가들이 사모펀드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KTB공모주분리과세하이일드(-112억원),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30억원) 등 공모펀드에서는 최근 한 달(2월22일~3월21일)간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의식하지 않는 일반투자자들은 공모주펀드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114개 공모주펀드에 1339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조729억원이 순유출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유입세다. 맥쿼리스타공모주(채권혼합)가 가장 많은 431억원을 끌어 모았다. 이 밖에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225억원) 트러스톤공모주알파(221억원) 유리트리플알파(169억원) IBK가치형공모주알파(157억원) 등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허란/서기열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