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수출절벽' 돌파구, 중국·선진국 명품 소비재 시장에 있다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은 한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다. 1980년대에는 운동화, 옷, 가발 등이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었고, 저렴한 노동력은 한국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경공업 제품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한 한국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경제적 성공을 일궈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수출 환경이 달라졌다. 한국의 인건비는 더 이상 주변 신흥국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 이제 기술이 한국의 핵심 경쟁력이 됐고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중공업에 기반을 둔 수출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공업 제품이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켜 준 주력 수출 품목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력 산업의 성장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매출 확대가 시원찮고 이익은 뚝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은 지난해부터 마이너스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2014년 3분기 3.6% 증가한 이후 2015년 1분기 -3.0%, 2분기 7.3%, 3분기 -9.5%, 4분기 -11.9%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5년 1분기 -0.7%, 2분기 -1.1%, 3분기 -1.3%로, 수출 침체가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는 모습이다.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은 올 들어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다.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및 컴퓨터 수출은 지난해 소폭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올 1월 모두 마이너스로 꺾였다. 선박류는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하고, 중국 및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각한 외상을 입었다. 무선통신기기, 컴퓨터는 선진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신흥국 후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선도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도 D램 가격 하락과 신흥국 경쟁 업체의 재고 물량 과다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뉴스의 맥] '수출절벽' 돌파구, 중국·선진국 명품 소비재 시장에 있다
주력 품목 수출 감소폭 확대

정부는 소비재 수출 확대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7월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와 지난달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소비재 수출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주요국의 소비재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 29.8%, 프랑스 29.8%, 독일 26.0%, 미국 16.7%, 한국 15.4%로 한국의 소비재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면 꺼져가는 수출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소비재 수출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앞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여파에 따른 외환 유출로 신흥국에서는 금융 불안과 경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 하락과 원자재 가격 약세로 자원을 수출하는 신흥국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무역은 신흥국으로는 중간재를, 선진국으로는 소비재를 수출하는 구조다. 따라서 신흥국을 대상으로 하는 중간재 수출에는 빨간불이, 선진국을 향한 소비재 수출에는 녹색불이 켜질 것이다.

둘째, 한국 수출의 4분의 1 이상이 향하는 최대 수출 대상국 중국은 경제구조를 개혁 중이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중국의 핵심 경쟁력이었으나 제조업 공장은 이미 베트남, 미얀마 등 인건비가 더 저렴한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은 성장의 중심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옮기고 있다. ‘1가구 1자녀’ 정책 폐기도 주목된다. 유아용품, 교육용품, 오락 및 스포츠용품, 패션 및 뷰티용품 등의 수출이 유력하다.

셋째,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및 해외 직접구매가 부상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도입으로 결제 수단이 다양해지고, 정보통신기술 및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온라인 쇼핑 및 해외 직구가 주요한 소비 트렌드가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패션용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소비재를 구매한다. 다른 나라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해외 직구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망 소비재를 발굴해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 역(逆)직구를 활성화하고,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도 적극 입점할 필요가 있다.

일부 소비재의 수출은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1년부터 5년간 과자류는 13.6%, 제과류 12.0%, 음료 11.6%, 맥주 6.6%의 견조한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구소비재 중에서는 선풍기, 카메라, 라디오수신기, 면도기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선풍기(25.1%), 카메라(18.2%), 라디오수신기(14.5%), 면도기(13.7%)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비(非)내구소비재 중 화장품, 목욕용 제품, 두발용 제품, 비누류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화장품은 이 기간 65억8000만달러어치를 수출, 37.3%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中 내수 주도 전략 파고들어야

중소 수출 챔피언도 나오고 있다.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미국 내 유기농 및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성장세를 읽고 KOTRA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 과일채소 세정제를 수출해 좋은 성과를 냈다. 겨울철에 브라질로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수출해 적잖은 성과를 낸 빙그레는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국가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은 러시아 현지에 8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매년 10%씩 판매액이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해외 직구 트렌드에 발맞춰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캐릭터 문구·완구를 생산하는 라인프렌즈는 지난해 11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쿤제(光棍節) 행사에 참여해 알리바바 티몰에서 중국 외 브랜드 최초로 완구류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逆직구 활성화해야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력 산업의 수출 하락세를 보충할 또 다른 수출 주력 품목이 필요하다. 소비재 수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수출 정책은 시장 모니터링 기능이 떨어지는 중소 소비재 제조사를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내수용으로 한정된 아이디어 제품이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비재 수출대전, 해외 주요 온라인쇼핑 채널 입점 지원, 코리아브랜드&한류상품박람회(KBEE) 등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품목별 주요 수출 대상국을 확인하고, 최근 수출이 급증하는 시장을 선별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과자류는 아랍에미리트(UAE), 음료는 아프가니스탄과 캄보디아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해당 품목의 수입을 늘리는 국가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수출 채널 및 마케팅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김광석 < 삼정KPMG 경제연구원·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