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23일 오전 10시51분

수년 전 정해진 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우선주를 발행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금보다 금리가 훨씬 높을 때 연 복리 이자 등 과도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앞다퉈 발행한 우선주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이자 눈덩이…고금리 우선주 '부메랑'
낮은 주가에 전환우선주 상환 ‘압박’

2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은 오는 6월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이 2011년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우선주(CPS)의 풋백옵션(매도선택권) 행사 만기를 맞아 현금으로 이를 인수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발행 당시 미래에셋캐피탈이 5년간 연 복리 8%의 고수익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CPS를 매입한 투자자들이 5년에 걸쳐 받은 수익은 원금의 43%인 약 130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충분히 오르면 투자자들은 인수를 요구하지 않고 보통주로 전환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7월 주당 7500원에 상장된 이후 이날 주가는 4590원에 머물고 있다. 투자자들이 CPS 매입 대가로 지급한 돈은 주당 1만4200원.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이 지급한 배당금을 뺀 원리금 3560억원을 만기 때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미래에셋캐피탈이 자본확충 없이 CPS를 인수하려면 대부분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야 한다”며 “재무부담 증가로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연 13% 금리 ‘부담’

원자재 수입·유통업체인 GS글로벌도 우선주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을 물게 됐다. 계열사인 GS엔텍(옛 디케이티)이 발행한 우선주 1000억원어치를 2011년과 2013년 나눠 매입한 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르면 다음달 GS글로벌에 우선주를 되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보장 수익률은 연 복리 5.5~6.5%에 이른다. 풋백옵션 행사 시점을 1년 늦추면 연 복리 수익률이 0.5%포인트씩 높아진다.

비슷한 방식으로 두산건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풋백옵션을 제공한 두산중공업도 속을 끓이고 있다. 지난주 4000억원에 달하는 RCPS 조기상환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연 6.5%에 해당하는 이자는 두산건설이 배당금 형태로 매년 납부해 왔지만,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 모두 원금을 돌려줄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처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새 RCPS를 발행해 기존 RCPS를 갚기 위해 다수의 투자자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견 해운업체 폴라리스쉬핑은 2012년 10월 RCPS 약 380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연 복리 13%에 달하는 수익을 약속했다. 올 10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곧바로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달렸다. 하지만 업황 부진 탓에 상장이 여의치 않아 목돈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상장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우선주

보통주보다 배당에 우선권이 있는 주식. 주가 차익보다 꾸준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매수한다. 채권처럼 미리 정한 기준에 따라 상환하면 상환우선주라고 한다. 보통주로 전환 가능하면 전환우선주로 부른다. 상환전환우선주는 두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