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변성현 기자
김준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변성현 기자
[ 한예진 기자 ] "아직까진 무늬만 배우죠. 사실 인터뷰하는 것도 정말 망설였어요. 배우 김준면으로 불리기엔 많이 부족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든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엑소의 멤버 수호.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임팩트 있는 이름을 버리고 배우 '김준면'으로 거듭났다. 연예계 데뷔로만 따지면 벌써 4년차 가수지만 연기자로는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병아리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는 순수하고 열정 가득한 청년 김준면의 '글로리데이' 이야기가 펼쳐졌다.

인터뷰 시작 단 5분 만에 기자는 김준면의 실제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본인'이 말한 것처럼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면모가 또렷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3일 간의 콘서트를 마친 뒤 한 숨도 못자 체력이 23% 뿐이라고 토로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수다쟁이로 돌변했다.

김준면의 첫 주연작인 영화 '글로리데이'는 스무살이 된 네 친구가 여행을 떠났다가 위험한 사건에 휘말린 그 날의 이야기를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 중 김준면은 자신의 학비 때문에 고생하는 할머니를 위해 대학 대신 군대를 택하는 상우 역을 맡아 지수, 류준열, 김희찬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지난 1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총 2번 상영했다는 김준면은 "제가 이 흐름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긴장하고 떨리는 상태로 영화를 봤는데 다행히도 큰 방해없이 연기를 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표현하려던 것도 잘 전달된 것 같아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정말 설레네요"라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준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변성현 기자
김준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변성현 기자
사실 '글로리데이'에서 김준면의 분량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가 연기한 상우 역은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관객들이 상우에게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끊임 없는 그의 노력이었다.

"대본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제 대사도 중요하지만 지문이나 상대방의 대사를 많이 생각했죠. 그리고 감독님께서 '너의 눈빛이 상우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믿고 연기했어요. 상우네 집 주변을 걸으며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상우의 정서를 느끼려고 촬영 1시간 전에 미리 가서 그 동네를 걷곤 했어요."

김준면이 생각하는 상우는 '철이 들었지만 아직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다르게 상우는 할머니와 둘이 살며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그래서 세 명의 친구가 특히 상우에게 어깨동무를 많이 하는 등 애틋함을 표현했다고.

또 상우가 교통사고를 당해 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모습은 영화 초반부터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김준면은 촬영 당시 4월 새벽이라 추운 날이었음에도 찝찝한 피 분장을 한 채 섬뜩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이 장면을 보고 "쥑인다~"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꼽았다.

"살면서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언제 아스팔트에 누워보겠어요? 그러고 있으니 '내가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어서 사고 영상을 많이 찾아봤어요. 찍어낸 장면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김준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변성현 기자
김준면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변성현 기자
김준면은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연기력을 키워왔다. 그러다보니 연기 자체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화 났을 때나 기뻤을 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고, 항상 그 상태를 체크해왔기에 섬세한 감정연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수년 간 기다려왔던 주연이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시작이 늦지 않느냐고 염려했지만 그는 "오히려 전 빠르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시작하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여러 대본을 받아봤는데 '글로리데이'를 보고 이 영화를 내 첫 필모그래피에 새기면 영광스러울 것 같았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감과 확신이 있을 때 또 다음 작품을 하지 않을까요?"라며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일찍 철이 든 소년 같으면서도 악성 댓글에는 큰 상처를 받는 여린 면모도 보였다. '첫 연기인데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싶느냐'는 질문에 "오늘도 악플이 엄청 달렸더라고요. 3점 주면 욕 안 먹나요?"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이어 "12점 주면 '점수를 잘 아네. 알면 됐다'는 댓글이 달릴 것 같아요. 시작이 반이니까, 50점이요"라며 끝내 미소를 지었다.

감독과 배우들은 관객과 소통을 하며 가장 큰 기쁨을 맛 본다. 김준면이 생각하는 '글로리데이' 역시 그랬다.

싱그러운 청춘, 그리고 잔뜩 구겨진 스무살을 뭉클하게 연기해낸 김준면은 "상우 역할로 연기를 엄청나게 잘해서 상을 받겠다는 야심은 없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가슴 먹먹한 느낌을 받아 그 감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죠. 그 중 가장 키포인트는 상우예요. 그걸 관객들에게 공감시켜주고 싶었던거죠"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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