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산관리 패러다임 바뀐다] ISA발 '재테크 빅뱅'…내 돈 굴릴 곳은 어디?
‘만능 재테크 통장’ 시대가 열렸다.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가 이달 14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일제히 판매하기 시작했다. ISA는 앞으로 핵심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인 자산관리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적금 중심의 개인 자산관리가 ISA 출시를 계기로 빠르게 투자상품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인 자산관리 패러다임 바뀐다] ISA발 '재테크 빅뱅'…내 돈 굴릴 곳은 어디?
정부가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ISA는 하나의 계좌에 예·적금부터 주식,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상품까지 모두 담아 한꺼번에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2018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ISA에는 연간 2000만원씩, 총 1억원을 넣을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3~5년) 동안 투자 순수익 200만원(총급여 5000만원,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는 250만원)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9.9%의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예·적금이나 ELS 등에 15.4%의 이자소득세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을 감안하면 절세 효과가 상당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절세 혜택에 더해 ISA는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들도 손쉽게 중위험·중수익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여서 저금리 시대의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증권회사·은행 등 금융회사에 ISA만 개설하고 투자자산 선택과 운용을 소비자가 직접 하는 형태다. ISA에 예·적금만 편입하려는 안전자산 투자 선호형 소비자와 금융 전문가에게 적합하다. 이에 비해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소비자로부터 투자권을 위임받아 자산을 운용한다.

ISA는 1999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가입이나 인출 제한이 따로 없어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약 2320만 계좌(2014년 기준)가 보급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누적 금액만 850조원에 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ISA를 도입한 영국 사례 등을 감안했을 때 2020년까지 국내 ISA 투자 규모가 15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ISA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들도 분주해졌다. 금융당국은 ISA에 한해서만 증권회사의 고유 업무 영역인 투자일임업을 은행에도 허용했다. ISA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ISA를 금융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무한경쟁의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ISA 판매 초반 실적은 은행권이 약간 앞서나가고 있다. 은행 영업점 수가 증권회사 영업점의 여섯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상담을 거친 방문 가입이 많을 수밖에 없어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은행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산운용 역량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수수료 등 각종 보수를 떼면 예·적금의 매력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결국 투자형 상품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 더해 오는 5월부터 ISA 이동도 가능해진다. 소비자들이 별 다른 수수료 부담 없이 자산운용 능력이 좋은 금융회사로 자유롭게 ISA 가입 계좌를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계열사 인력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까지 적극 영입해 ISA 상품과 포트폴리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동이체 계좌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 시행에 이어 ISA 판매가 시작되면서 금융소비자가 받을 혜택은 한층 늘어났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ISA 판매를 위해 우대금리를 주거나 자동차 등 값비싼 경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권은 더욱 확대됐지만 금융업권에서는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