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대정신의 심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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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복지보다 일자리 중요한 시대
미래세대 희생 강요하는 공약 말고 국격 높이는 비전에 한 표 행사해야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미래세대 희생 강요하는 공약 말고 국격 높이는 비전에 한 표 행사해야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다산칼럼] 시대정신의 심판대](https://img.hankyung.com/photo/201603/AA.11449784.1.jpg)
반면 새누리당에선 강봉균 선거대책위원장이 친기업적 정책 제시와 선심성 복지사업 공약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총선 공약부터 만들겠다”고 말했다. 향후 이 선언들이 지켜진다면 이번 20대 총선은 보수 여당과 좌파 야당이 실로 오랜만에 각자 자신의 깃발을 세우고 국민의 표심을 구하는 이념과 정책 대결의 장이 될 것이다.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로 정의된다. 야당은 과거에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을 시대정신이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여당은 국민이 진실로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적 가치가 무엇인가 고민한 바 없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지금의 김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해 경제민주화와 온갖 보편적 복지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새누리당은 ‘국민은 경제성장보다 복지국가와 사회 격차 해소를 더 선호한다’는 ‘2016 총선 시대정신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행복한 선진복지국가’를 총선 전략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강 위원장 영입과 함께 늦게나마 보수 정당이 자신의 본분을 자각한 것은 국가·국민·민주주의 정치를 위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주의와 기업친화·선별적 복지주의 중 자신의 시대정신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의 복지자본주의 시대는 1950년대 유럽 국가들이 잘나갈 때 좋은 뜻을 가지고 열렸다. 당시 유럽의 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며, 베이비부머가 쏟아져 나오고, 은퇴자는 60세 전후에 사망해 복지 기금 고갈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 필요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는 의문을 가질 수 없는 한 시대의 정신이 됐다.
그러나 오늘날의 복지국가제도는 점점 더 미래 세대의 희생을 요구하는 제도로 변하고 있다. 복지정치 제1의 원칙은 ‘정치가들의 약속은 증가하고, 이는 다시 국민의 기대를 키움으로써 국가 예산을 눈덩이 굴리듯 늘린다’는 것이다. 1998년 미국 상원 조사에 의하면 1960년 27%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은 1996년 48%로 급등했다. 이렇게 정부가 거대한 몫을 차지하면 기업의 경제활동 능력은 그만큼 봉쇄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성장 능력 고갈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 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이 됐다. 수많은 국가가 부도 위험에 처하고 경제활동 부진과 고용 능력의 축소가 따르고, 쌓이는 국가 부채의 부담을 후대에 넘기는 파렴치가 행해졌다. 따라서 오늘날 모든 복지 선진국은 그들이 빠진 적자 재정·과잉 복지 체제의 늪에서 탈출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나라들의 시대정신은 과잉 복지로부터의 탈출, 일자리 창출이지 결코 복지 증대가 아니다.
복지정치 제2의 원칙은 ‘국가 사회의 품격을 퇴락시킨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정치가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형 집단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 이들은 시끄러운 복지 요구자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 결과 국가 사회 주도세력이 생산적 집단에서 의타적 집단으로 이동하게 된다. 대기업이나 전문직 같은 능력자는 더 높은 담세로 징벌받거나, 공동체 발전에 핵심적인 집단이 사회에서 퇴화하는 후진적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원래 기업·성장·자율·책임 같은 건전한 가치에 존립 기반을 둬야 할 보수 정당이다. 이번 4·13 총선은 이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선거에 임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