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부 정책이 '넛지'라면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텐데
1997년 미국 대학 입학시험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학생들이 대학에 무료로 지원서를 보낼 수 있는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렸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더 많은 대학에 지원서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고, 그들의 평생 기대 소득도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작은 개입’을 통해 사람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넛지(nudge)’라고 부른다.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동 저자인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신간 와이 넛지?》에서 넛지를 정부 정책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운전, 건강보험, 식품안전, 비만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을 수립할 때 합당한 개입의 범위에 관한 논점을 제시한다. 법과 규제 같은 강력한 개입은 개인의 삶을 오히려 더 불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 정책의 부드러운 개입은 강력한 개입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종종 최선의 이익에 반해 결정을 내리는 행동경제학의 최신 연구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건강한 삶을 원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체중 감량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고칼로리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뉴욕시는 소매점에서 담배를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눈에 잘 띄도록 진열해서는 안 되는 법안을 통해 시민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비만 방지를 위해 대형 용기로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옹호자들은 더 마시고 싶다면 여러 개를 사면 되지 않느냐며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개인의 자유를 보존하면서도 비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넛지 방식의 정부 정책이 바람직하다”며 “똑똑한 정부는 다수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