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쏟아내는 청년구직수당, 국민연금 공공임대주택 투자 등 선심성 공약에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재원을 충분히 고려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15회 경총포럼에서 “여야 정당이 선심성 공약으로 국민의 표만 좇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로, 주로 일자리와 노동, 복지 분야에서 목소리를 낸다.
[총선 D-19] 경총 "정치권, 선심성 공약 남발…국민의 표만 좇는 구태 반복"
김 부회장은 “일부 선진국이나 한국 공기업 사례에서도 실패한 정책으로 검증된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민간기업에 적용하겠다는 공약은 사실상 고용을 강제하는 조치”라며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을 정부가 조정한다는 발상은 고용시장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도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 분야에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청년고용 의무할당제를 기존 3%에서 5%로 상향하고 민간기업에도 도입하면 매년 8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또 야당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청년구직수당’ 공약에 대해 “막대한 국가 재정이 수반됨에도 재원에 대한 세심하고 면밀한 고려가 수반되지 않아 결국 증세로 연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년을 경제적 이익에 안주하게 해 청년실업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아울러 복지 분야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표(票)퓰리즘’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의 운용자금을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희망임대주택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김 부회장은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수익성과 안정성의 조화’라는 연기금 운용의 기본 원칙마저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일자리 부문에서 야당이 제시한 기간제 사용 제한과 파견범위 축소 등 규제 중심 공약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더욱 심화한다고 진단했다. 김 부회장은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이미 일자리를 얻은 정규직 근로자의 이익만 강화할 뿐 구직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