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술 발전의 시대에 전체주의나 테러리즘과 같은 20세기의 시대착오적 전쟁 위협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문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자유와 문화의 힘을 함께 지켜나가야 합니다.”

‘유럽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사진)는 24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불 리더스포럼 오찬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불클럽(회장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불한클럽(회장 루이 갈루아 푸조 시트로엥 이사회 의장),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사장 최정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공동 주최했으며, 아탈리가 의장을 맡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경제 참모로 정계에 발을 들인 아탈리는 지금까지 30년 이상 프랑스 정부의 국정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와 국제빈민구제기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 등을 지냈다. 《21세기 사전》 《더 나은 미래》 《언제나 당신이 옳다》 등 60여권의 저서를 통해 미래예측과 국제정세, 경제진단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식견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21세기 첨단 기술을 통해 야만적이고 전근대적인 파시즘을 전파하고 있다”며 “기술과 사회 발전을 마주하는 사고방식과 행위는 결국 인간의 결정에 달려 있기 때문에 섣불리 비관 또는 낙관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일들은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인들이 다른 문명인들을 공격하는 행위”라며 “문명권 간의 다툼이 아니라 개별 인격의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프랑스의 우호 관계 증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탈리는 “두 나라는 비록 인구나 국토 규모로만 보면 그리 크진 않지만 문화적 힘이 매우 막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아프리카와 같은 미래 개발 핵심 지역이 될 대륙의 공동 진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며 서로 많이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