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수습 사무관이 국회로 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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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국회 업무 갈수록 중요"
수습 교육 과정에 국회관련 일정 처음 포함
법안 통과과정 등 배워
수습 교육 과정에 국회관련 일정 처음 포함
법안 통과과정 등 배워
다음달 1일이면 27명의 기획재정부 수습 사무관(5급)이 인사혁신처 주관 교육을 마치고 정부세종청사 3동에 자리 잡은 기재부 사무실로 실무수습 교육을 받기 위해 출근한다. 이들이 세종시에 짐을 풀자마자 찾아갈 곳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다. 기재부 수습 사무관들이 국회에서 실무 교육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 통과 절차부터 알아야”
기재부는 수습 사무관 첫 출근을 앞두고 교육 일정을 짜고 있다. 지난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4년은 세월호 참사 등의 영향으로 2~3일 정도 보안 교육과 실국별 업무 설명 등을 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기간을 늘려 총 2주가량 교육을 할 예정이다. 일정의 절반가량은 국회 교육에 할애한다.
기재부 인사과 관계자는 “다음달 13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습 사무관들은 국회에서 국회의 역할, 기재부와 국회의 관계,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기재부가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짠 것은 갈수록 대(對)국회 업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의 상당수는 법률을 통해 구현된다.
기재부의 현재 최대 관심 사업인 ‘규제 프리존’만 봐도 ‘규제 프리존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지역별로 육성할 산업과 이에 따른 규제 완화 항목을 정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정한 법률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도 하지만 반대를 통해 상호 견제하기도 한다. 3권분립이 보장된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부가 공장이라면 국회는 판매점”
최근 들어선 국회의 권한이 정부를 압도한다는 것이 관료들의 생각이다. 19대 국회 들어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이 이 같은 상황을 더 굳혔다. 국회선진화법은 의사일정이나 직권상정 절차를 까다롭게 해 여야 합의를 유도하자는 취지였지만 실제론 여야 간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관련 정책이 정치적 논란을 빚는 다른 법안과 함께 협상 수단이 되는 사례도 흔해졌다.
지난달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나 2012년 9월 발의된 뒤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대표적이다.
원샷법은 공급과잉 업종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 재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 등을 정하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국회는 정책을 파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라며 “초임 사무관들이 국회가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입법은 물론 실행단계까지 감안해야”
신임 사무관들이 ‘세종시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는 기재부 고위 관료들의 의중도 반영됐다.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세종시에서 근무하다 보니 국회는 물론 업계와의 접촉 기회가 줄고 공무원들의 시야도 좁아지기 쉽다. 이 때문에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국회의 역할 등을 각인시켜 단순히 정책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통과 단계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생각이다.
선배 관료들은 이 같은 변화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정책 생산은 물론 실행 단계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갈수록 입법부의 권한이 커지면서 정책 생산 단계가 과거만큼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법안 통과 절차부터 알아야”
기재부는 수습 사무관 첫 출근을 앞두고 교육 일정을 짜고 있다. 지난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4년은 세월호 참사 등의 영향으로 2~3일 정도 보안 교육과 실국별 업무 설명 등을 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기간을 늘려 총 2주가량 교육을 할 예정이다. 일정의 절반가량은 국회 교육에 할애한다.
기재부 인사과 관계자는 “다음달 13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습 사무관들은 국회에서 국회의 역할, 기재부와 국회의 관계,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 등을 중점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기재부가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짠 것은 갈수록 대(對)국회 업무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의 상당수는 법률을 통해 구현된다.
기재부의 현재 최대 관심 사업인 ‘규제 프리존’만 봐도 ‘규제 프리존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지역별로 육성할 산업과 이에 따른 규제 완화 항목을 정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정한 법률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곳이 국회다. 국회가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도 하지만 반대를 통해 상호 견제하기도 한다. 3권분립이 보장된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부가 공장이라면 국회는 판매점”
최근 들어선 국회의 권한이 정부를 압도한다는 것이 관료들의 생각이다. 19대 국회 들어 시행된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이 이 같은 상황을 더 굳혔다. 국회선진화법은 의사일정이나 직권상정 절차를 까다롭게 해 여야 합의를 유도하자는 취지였지만 실제론 여야 간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관련 정책이 정치적 논란을 빚는 다른 법안과 함께 협상 수단이 되는 사례도 흔해졌다.
지난달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나 2012년 9월 발의된 뒤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대표적이다.
원샷법은 공급과잉 업종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 재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 등을 정하는 것이 골자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면 국회는 정책을 파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라며 “초임 사무관들이 국회가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입법은 물론 실행단계까지 감안해야”
신임 사무관들이 ‘세종시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는 기재부 고위 관료들의 의중도 반영됐다.
서울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세종시에서 근무하다 보니 국회는 물론 업계와의 접촉 기회가 줄고 공무원들의 시야도 좁아지기 쉽다. 이 때문에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국회의 역할 등을 각인시켜 단순히 정책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통과 단계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생각이다.
선배 관료들은 이 같은 변화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정책 생산은 물론 실행 단계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갈수록 입법부의 권한이 커지면서 정책 생산 단계가 과거만큼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