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는 폰, 몸에 심는 컴퓨터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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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쥐보프스키 UNIST 교수
금 나노입자로 만든 회로 선보여…몸에 삽입하는 기기에 적용 가능
"의료와 연계한 웨어러블 기기, 삶의 질 높이고 수명 연장"
금 나노입자로 만든 회로 선보여…몸에 삽입하는 기기에 적용 가능
"의료와 연계한 웨어러블 기기, 삶의 질 높이고 수명 연장"
폴란드 출신 과학자인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최근 한국 생활과 김치 맛에 흠뻑 빠져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2014년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에 합류하기 위해 부인, 아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는 미국 및 중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반도체 없는 전자 회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금 나노입자로 만든 전기 소자를 최초로 공개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 개수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성능도 두 배씩 좋아질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뺀다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은 대부분 반도체로 만든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심지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은 모두 반도체를 쓰고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건조한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반도체와 달리 습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면서 휘는 전자기기에 활용될 금 나노입자 소자(素子)를 개발했다. 양전하(+)와 음전하(-)를 띠는 분자로 코팅한 금 나노입자를 맞붙인 이 소자는 반도체 다이오드처럼 한쪽으로만 전자가 흐른다.
연구진은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와 비슷한 기본 회로인 앤드(AND), 오어(OR), 노어(NOR) 회로도 제작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모두가 전자기기엔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 소자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금 나노입자로 만든 회로는 휘는 물질과 물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입거나 몸에 삽입하는 전자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나노입자 표면에 수분이나 가스와 결합하는 화학물질을 붙일 수 있어 다양한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며 “화학적인 전기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에 ‘화학 전자회로’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전자공학
최근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은 스마트시계, 안경 등 웨어러블 기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착용하기에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다. 웨어러블 기기 회사인 미스핏의 소니 부 최고경영자(CEO)는 “웨어러블 기기가 성공하려면 아름답거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자공학계도 입는 컴퓨터와 몸에 심는 전자기기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몸에 직접 착용하고 심지어 몸 안에 집어넣은 방식이다 보니 간편하고 안전한 소재와 장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생체분해성 소재로 전자기기나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이른바 스스로 소멸하는 집적회로를 제작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인체에 삽입하는 심장박동기를 비롯한 의료기기들이 이런 트랜션트 전자기기로 대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연구진도 국제학술지 나노테크놀로지에 몸에 심는 이식형 전자기기 기술을 처음 소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건강 보건 분야 적용 가능성 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은 전년 2억3200만대보다 18.4% 늘어난 2억7460만대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험실에서 개발한 새 기술이 아이디어 단계지만 언젠가 레이저 프린터처럼 복잡한 회로를 대량 인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관리 분야가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로 꼽힌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는 사생활 침해 같은 윤리 문제를 떠나 사람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심장이나 신장의 기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수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그는 미국 및 중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반도체 없는 전자 회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금 나노입자로 만든 전기 소자를 최초로 공개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반도체 칩의 트랜지스터 개수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성능도 두 배씩 좋아질 것이라는 ‘무어의 법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뺀다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은 대부분 반도체로 만든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심지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은 모두 반도체를 쓰고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건조한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반도체와 달리 습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면서 휘는 전자기기에 활용될 금 나노입자 소자(素子)를 개발했다. 양전하(+)와 음전하(-)를 띠는 분자로 코팅한 금 나노입자를 맞붙인 이 소자는 반도체 다이오드처럼 한쪽으로만 전자가 흐른다.
연구진은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와 비슷한 기본 회로인 앤드(AND), 오어(OR), 노어(NOR) 회로도 제작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모두가 전자기기엔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 소자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금 나노입자로 만든 회로는 휘는 물질과 물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입거나 몸에 삽입하는 전자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나노입자 표면에 수분이나 가스와 결합하는 화학물질을 붙일 수 있어 다양한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며 “화학적인 전기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에 ‘화학 전자회로’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말했다.
◆눈에 띄지 않는 전자공학
최근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등은 스마트시계, 안경 등 웨어러블 기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착용하기에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다. 웨어러블 기기 회사인 미스핏의 소니 부 최고경영자(CEO)는 “웨어러블 기기가 성공하려면 아름답거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자공학계도 입는 컴퓨터와 몸에 심는 전자기기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몸에 직접 착용하고 심지어 몸 안에 집어넣은 방식이다 보니 간편하고 안전한 소재와 장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는 생체분해성 소재로 전자기기나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이른바 스스로 소멸하는 집적회로를 제작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인체에 삽입하는 심장박동기를 비롯한 의료기기들이 이런 트랜션트 전자기기로 대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 연구진도 국제학술지 나노테크놀로지에 몸에 심는 이식형 전자기기 기술을 처음 소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건강 보건 분야 적용 가능성 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웨어러블 기기 판매량은 전년 2억3200만대보다 18.4% 늘어난 2억7460만대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실험실에서 개발한 새 기술이 아이디어 단계지만 언젠가 레이저 프린터처럼 복잡한 회로를 대량 인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관리 분야가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로 꼽힌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는 사생활 침해 같은 윤리 문제를 떠나 사람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심장이나 신장의 기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수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