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엇갈린 금융산업 평가와 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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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와 IMF의 집계방식 차이
금융 경쟁력 순위도 큰 격차
자신감 갖고 금융개혁 밀고 가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
금융 경쟁력 순위도 큰 격차
자신감 갖고 금융개혁 밀고 가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
평가를 위한 시험 유형은 크게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눌 수 있다. 한쪽의 장점은 정확하게 다른 쪽의 단점이다.
주관식 시험은 포괄적 평가에 좋을 수 있지만 답안지를 채점하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채점자의 주관성이 개입된다. 그러나 보니 피(被)평가자인 학생이 동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평가 결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이에 비해 객관식 시험은 결과가 분명하다. 사지선다형 문제가 제대로 출제된 경우 채점이 쉽고 채점 결과에 대해서는 피평가자의 동의가 따로 필요 없다. 사후적 논란의 여지도 별로 없다.
최근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에 대한 평가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통화기금(IMF) 평가 결과가 그것이다. WEF의 2014년과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금융부문(금융성숙도)은 각각 81위, 87위를 기록했다. 2014년엔 아프리카의 말라위(80위)와 우간다(82위) 사이였다. 지난해엔 우간다(82위)보다 낮고, 86위인 부탄 바로 아래였다. 당장 한국 금융산업에 대해 ‘아프리카만도 못한’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WEF 평가는 금융 수요자인 기업인들에 대한 주관적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이용했다. 그중에서도 평가자들이 ‘대출의 용이성’ 항목에 대해 매긴 점수를 합산해 보니 세계 122위였다.
이는 평가자들의 만족도가 포함된 주관적 평가의 결과였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한국 은행의 기업부문 대출 총액은 약 740조원인데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이 580조원가량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5000억달러가 넘는 돈이 중소기업 부문에 공급돼 있는 상황에서 ‘대출의 용이성’이 세계 122위라면 좀 문제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최근 나온 IMF의 금융산업 평가는 금융부문에 대해 객관화된 숫자만을 가지고 평가했다. 객관식 시험을 치른 셈이다. 예를 들어 대출부문에 대해선 전체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을 이용해 평가했다. 국민소득의 몇 %가 대출로 집행됐는지 나타내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지표다. 이런 식으로 매기니 1위는 스위스, 한국은 6위였다. 8위 일본이나 11위 프랑스, 14위 독일보다 나은 수준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월드컵 축구에선 이기지 못한 독일을 금융 분야에선 이긴 셈이다.
이 두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된 주관식 시험과 수치만을 이용한 객관식 시험 간에 결과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IMF 기준 평가에서 우간다는 160위, 말라위는 162위를 기록해 양쪽 평가 결과에서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너무 밑에 있어서 한참 찾아야 할 정도다.
금융산업 경쟁력 순위를 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대표되는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당국이 열심히 개혁을 진행하고 있고, 민간 금융회사들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물론 겸허한 자세도 필요하다. 객관식 시험 6등인 학생이 주관식 시험에서는 87등을 했다고 할 때, 혹시 학생의 태도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금융 소비자의 맘에 드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일부 필요하다. 분명한 건 “한국 금융산업이 아프리카만도 못하다”는 지적은 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주체가 돼 추진하는 금융개혁을 통해 인터넷은행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계좌이동제 시행 등 크고 작은 개혁들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제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방향을 잘 잡은 상황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금융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길 바란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uos.ac.kr >
주관식 시험은 포괄적 평가에 좋을 수 있지만 답안지를 채점하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채점자의 주관성이 개입된다. 그러나 보니 피(被)평가자인 학생이 동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평가 결과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이에 비해 객관식 시험은 결과가 분명하다. 사지선다형 문제가 제대로 출제된 경우 채점이 쉽고 채점 결과에 대해서는 피평가자의 동의가 따로 필요 없다. 사후적 논란의 여지도 별로 없다.
최근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에 대한 평가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국제통화기금(IMF) 평가 결과가 그것이다. WEF의 2014년과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금융부문(금융성숙도)은 각각 81위, 87위를 기록했다. 2014년엔 아프리카의 말라위(80위)와 우간다(82위) 사이였다. 지난해엔 우간다(82위)보다 낮고, 86위인 부탄 바로 아래였다. 당장 한국 금융산업에 대해 ‘아프리카만도 못한’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WEF 평가는 금융 수요자인 기업인들에 대한 주관적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이용했다. 그중에서도 평가자들이 ‘대출의 용이성’ 항목에 대해 매긴 점수를 합산해 보니 세계 122위였다.
이는 평가자들의 만족도가 포함된 주관적 평가의 결과였다. 객관적 지표를 보면 한국 은행의 기업부문 대출 총액은 약 740조원인데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이 580조원가량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5000억달러가 넘는 돈이 중소기업 부문에 공급돼 있는 상황에서 ‘대출의 용이성’이 세계 122위라면 좀 문제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최근 나온 IMF의 금융산업 평가는 금융부문에 대해 객관화된 숫자만을 가지고 평가했다. 객관식 시험을 치른 셈이다. 예를 들어 대출부문에 대해선 전체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을 이용해 평가했다. 국민소득의 몇 %가 대출로 집행됐는지 나타내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지표다. 이런 식으로 매기니 1위는 스위스, 한국은 6위였다. 8위 일본이나 11위 프랑스, 14위 독일보다 나은 수준이다. 조금 과장한다면 월드컵 축구에선 이기지 못한 독일을 금융 분야에선 이긴 셈이다.
이 두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된 주관식 시험과 수치만을 이용한 객관식 시험 간에 결과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IMF 기준 평가에서 우간다는 160위, 말라위는 162위를 기록해 양쪽 평가 결과에서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너무 밑에 있어서 한참 찾아야 할 정도다.
금융산업 경쟁력 순위를 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대표되는 금융정책 및 금융감독당국이 열심히 개혁을 진행하고 있고, 민간 금융회사들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물론 겸허한 자세도 필요하다. 객관식 시험 6등인 학생이 주관식 시험에서는 87등을 했다고 할 때, 혹시 학생의 태도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금융 소비자의 맘에 드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일부 필요하다. 분명한 건 “한국 금융산업이 아프리카만도 못하다”는 지적은 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주체가 돼 추진하는 금융개혁을 통해 인터넷은행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계좌이동제 시행 등 크고 작은 개혁들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제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방향을 잘 잡은 상황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금융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길 바란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uo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