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투자회사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이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일본을 꼽았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기업 배당금과 수익이 증가하고 있으며 로봇과 헬스케어산업에서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29일 아시아 및 유럽의 주식·채권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 17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일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10점 만점에 6.3점을 받았다. 피델리티는 양적 완화→재정지출 확대→구조개혁으로 이어진 아베노믹스가 여러 논란 가운데에서도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을 증가시키고 배당금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고령화가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기업의 로봇산업 투자 확대를 촉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혜주로는 SMC 키엔스 야스카와 등을 꼽았다.

유럽과 미국의 혁신기업에서도 투자기회가 있다고 봤다. 유럽 경제(5.1점)는 더디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4.7점)은 추가적인 기업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실업률 하락과 주택시장 여건 개선, 부채비율 축소 등에 힘입어 소비세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흥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중국(4.1점)은 지난해(4.4점)보다 더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투자와 수출 중심의 경제가 소비 주도로 바뀌는 과정에서 제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 전기밥솥업체 조지루시를 비롯해 한국의 호텔신라와 아모레퍼시픽 등 소비재 업종은 중국 경제 성장 둔화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남미와 중동아프리카 지역(2.7점)은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 불황으로 기업 부채비율과 부도율이 계속 증가하면서 가장 비관적인 평가를 받았다. 투자기회가 많은 인도를 비롯해 기술업종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제조업 생산기지로 부상한 베트남 등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선진국에 주로 집중된 정보기술(IT)·헬스케어·통신·핀테크 산업을 가장 유망하다고 봤다. 이들 업종은 소비 회복세와 지속적인 혁신에 힘입어 투자기회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재 유틸리티 원자재 에너지 등 주로 신흥국에 속한 구경제 업종은 과잉 생산 설비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