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는 듯하더니, 어느새 초록과 꽃 내음이 가득하다. 봄은 생명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취업전선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고난의 계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사회의 문을 두드리는 열정과 꿈을 향한 도전정신은 세상의 어떤 가치로도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되돌아보면 필자의 인생도 크고 작은 난관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중 개인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큰 도전이 있었다.

필자가 48세 되던 해에 회사의 공식 언어가 한글에서 영어로 바뀌었다. 당시 몸담고 있던 삼성중공업 중장비부문이 스웨덴 볼보그룹에 인수된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신념으로 필자는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이후 5년간 요일을 가리지 않고 늦깎이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힘든 도전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성장을 위한 배움의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 또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은 물론, 더 넓은 세상을 볼 소중한 기회까지 얻었다.

이후 필자의 업무가 창원공장에서 글로벌 오퍼레이션 부문으로 확대되면서 또 다른 도전 기회가 왔다.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 업무 방식을 가진 다양한 사업부문의 이견을 조율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글로벌 리더십의 필요성을 느꼈다. 책 속에 답이 있다는 생각에 커뮤니케이션 및 설득에 관한 책을 가득 쌓아두고 탐독했다. 핵심 내용을 되새기며 밤낮으로 달달 외우다시피 하며 책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은 경험이 있다.

필자는 2004년 볼보 독일 공장을 방문했을 때 100여년 이상의 전통과 자부심을 가진 독일 담당자들에게 효율성이 높은 한국의 창원식 생산시스템 도입을 요구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독일 담당자들은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으나, 가슴속에 새기고 있던 필자의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십분 발휘해 성공적으로 설득했다. 이후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독일을 비롯해 세계 볼보 공장이 창원식 표준을 따르게 됐다.

모든 도전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실패에 쉽게 낙담하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모든 도전에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므로 우리는 한 번의 실패에 낙담하기보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다음 도전을 준비하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도전의 진정한 의미는 성공 여부가 아니라 무언가에 도전하는 과정에 있으며, 실패를 통한 성취는 더 값진 자양분으로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