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통범칙금 올려야 사고 줄인다
지난달 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했다. 새벽 6시께 조깅을 하는데 인상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인적이 없는 사거리에서 빨간 이층버스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서서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어떠한가. 시골 국도는 물론이고 서울 시내에서도 그 시간대에 신호를 준수하는 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영국의 운전자가 신호를 지키게 한 힘은 무엇일까.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엄격한 잣대의 법·제도 및 그에 따른 사회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영국은 신호위반에 최고 170만원, 속도위반은 최고 43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이도 모자라 영국 법무부는 현행 범칙금을 최고 4배까지 올리는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른 선진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제한 속도에 관계없이 시속 128㎞를 넘으면 27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핀란드는 소득에 따라 범칙금을 차등 부과해 어떤 사업가는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인 6300만원을 내기도 했다. 교통법규를 어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한 수준이다.

한국의 범칙금은 어떠한가. 국민소득 1만1000달러이던 1995년에 정비한 것이 2만4000달러인 지금도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소득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3만~13만원의 범칙금은 법규를 어겨도 돈만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요인이다.

작년 10월 충남 서산의 한 사거리에서 큰 교통사고가 났다. 25t 레미콘 트럭이 신호위반 후 신호에 맞게 직진하던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반대 차로에서 법규를 지키며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를 덮쳐 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신호위반이 얼마나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준 사고라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신호위반, 과속, 음주운전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타인의 소중한 삶까지 앗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자주 잊는다. 법규 위반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처벌과 범칙금 부과가 필요한 까닭이다. 법을 어기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교통법규를 지킬 것이고 자연히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한국이 교통사고 왕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교통사고의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한다.

양두석 < 안산대 금융정보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