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불확실성 시대서 생존하려면…'기업 경영의 시스템화'가 해법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기업들을 연구해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기업이 핵심 가치와 역량에 치열하게 집중할 때 경쟁력이 극대화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직이 정해 놓은 핵심 원칙을 일관성 있고 우직하게 고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위대한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3M사의 ‘15%’ 룰이 대표적이다.

15% 룰은 회사 근무시간의 15%를 자기계발, 창의력 증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 룰을 통해 포스트 잇을 발명했다.

이 책은 경험적 창의성(empirical creativity)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작은 시도를 통해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궁극적으로는 큰 시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창의성이 경험적 창의성이다.

《리틀 벳(Little Bets)》의 저자 피터 심스는 “하나의 커다란 시도로 큰 성공을 노리기보다 작은 시도 하나하나를 통해 큰 성공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세상의 뛰어난 성과물은 번뜩이는 통찰력에서 나온 게 아니라 작은 실험들을 통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거창한 아이디어보다는 일단 작은 것에서 시작해 성공을 얻거나 실패를 분석해 성공의 길로 나아가라”는 조언이다. 구글도 애초에 온라인 도서관 검색 결과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일을 통해 획기적인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구글은 다른 회사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기존 플래시 광고를 대체할 애드워즈 광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우리가 예측하고자 하는 문제들의 대다수는 사실 예측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려면 조리법대로 요리해서는 안 된다. 무작정 실험을 통해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원칙’을 실천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휴렛팩커드의 신제품 100가지 중 성공하는 것은 대략 6가지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패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시카고 앤아버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제품의 견본만을 모아 전시한 곳도 있다.

편집증적 점검(productive paranoia)도 중요한 성공의 요인 중 하나다. 위협을 주는 요인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위기의 펩시를 살려낸 인드라 누이의 직관과 통찰력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웰빙이 트렌드가 될 것임을 내다보고 1998년 주스업체 트로피카나, 2001년 게토레이를 보유한 퀘이커 오츠밀을 인수했다. 탄산음료 시장의 쇠퇴를 예견하고, 새로운 이미지의 펩시를 재창조해냈다. 그는 업계를 큰 시야로 조망해 비즈니스모델을 개혁하고, 영업 및 마케팅 등 마이크로한 부분에 수술을 가했다.

짐 콜린스가 강조한 광적인 원칙 준수, 경험적 창의성, 편집증적 점검은 바로 원칙에 따른 기업 경영의 시스템화로 요약할 수 있다. 매우 불확실한 기업 환경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기업에는 의지할 수 있는 지지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기업 경영의 시스템화다. 전략을 수행할 조직구조가 갖춰지면 경영자는 반드시 이를 유지하는 최소 생명장치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원칙을 세우고 이를 끝까지 지키며, 조직의 역량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켜야 한다. 또한 시스템에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혁신적인 사고와 시도를 할 수 있는 혁신적 문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알리바바의 성공 기저에는 마윈이 초창기부터 가지고 있던 자기만의 핵심 가치와 기업의 비전이 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을 외치며, 가치 지향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단기간에 세계 최고 기업을 일궜다.

매우 어려운 경영의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 시점에 경영자는 다시 한 번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혁신과 창의가 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창조해야 한다.

양백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