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집무실에 거의 없다. 1주일에 사나흘은 전국 산업단지를 다닌다. 취임 후 2년 동안 중견·중소기업 300여곳을 방문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기업 현장을 찾은 셈이다. 거리로 환산해 보니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역대 산단공 이사장 중 현장을 가장 열심히 찾기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들은 생생한 목소리는 수첩에 빼곡하게 적는다.

‘기술로, 세계로.’ 현장 체질인 강 이사장이 올초 제시한 산단공 비전이다. 한국 경제가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길은 산업단지의 기술 혁신과 글로벌화라는 게 강 이사장의 지론이다. 산업단지를 과거 단순 생산기능 중심에서 창조경제의 터전으로 바꾸는 혁신작업을 하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이사장은 그러기 위해선 ‘할 일이 참 많다’고 했다.

▷최근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베트남 산업부와 호아칸 산업단지 자원 효율화 시범사업 컨설팅 계약을 맺고 왔습니다. 이곳은 휴양지로 유명한 다낭 근처입니다. 산업폐기물 처리 등 우리의 노하우를 통째로 수출해 지속 가능한 산업단지로 업그레이드하는 겁니다. 4년 전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수출가공단지에 처음 컨설팅을 해줬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터키와 과테말라 등에서도 요청이 들어왔어요. 우리의 산단 경쟁력을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산단 수출’이 입주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수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산업단지 입주업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사정이 녹록지 않아요. 우리 입주기업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우선 전국 산업단지 9만여개 입주기업 중 역량 있고 기술력이 뛰어난 ‘수출유망기업’ 2000여개를 뽑을 예정입니다. 이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해당 기업에 맞는 수출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7개 권역에 있는 ‘기업성장지원센터’, KOTRA의 파견인력 두 배 확충, ‘글로벌 수출메이트’ 제도도 기업을 도울 겁니다.”

▷기업 체질까지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입주업체는 내수기업입니다. 앞으로 ‘산업단지형 수출기업’으로 바뀌어야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산단공은 1000여개 기업을 선정해 체질을 수출형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1 대 1로 전문인력을 투입할 겁니다. 또 ‘멘토’ 기업과 ‘멘티’ 기업을 각각 400개 뽑아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파트너 관계로 만들 예정입니다.”

▷기업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해외마케팅과 영업입니다.

“산업단지 정보망인 ‘e-클러스터’를 확대 개편해 ‘마케팅 홍보관’을 신설하겠습니다. 해외 주요 바이어에 대한 정보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 홈쇼핑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우리 기업이 많습니다. 산단공은 이를 위해 한상 네트워크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을 계획입니다. 저는 기업들에 ‘현지에 가서 직접 보고 발로 뛰라’고 합니다. 올해 ‘기업 사절단’을 꾸려 25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 108곳에 기업들을 보낼 예정입니다. 저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곧 중국 출장을 갈 예정입니다.”

▷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늘면 수출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산단공이 전체 수출에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어깨가 무겁고 할 일이 많습니다. 올해 산업단지 수출액을 작년보다 5%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가 창립 52주년입니다. 중장기 전략이 궁금합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인도보다 한발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기업들의 기술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해온 산·학·연 네트워크 미니 클러스터 78개를 100개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현장의 기술 애로를 수렴하고, 학교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산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가 4차산업, 즉 ‘스마트공장’입니다.

“입주기업들의 구식 공장을 최첨단으로 바꾸는 게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제조업입니다. 창원산단과 반월·시화산단에서 시범적으로 업체들의 공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산단 전용 LTE 망을 깔고, 클라우드 기반 공장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입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정비를 통해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노후화된 산단을 혁신산업단지로 탈바꿈하는 작업도 한창입니다.

“산단에 대학 캠퍼스와 기업 연구소가 공존하는 ‘산학융합지구’를 늘리는 게 급선무입니다. 앞으로는 모든 산단에 이 산학융합지구가 들어섭니다. 전국 4곳의 산단엔 ‘생산혁신센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기업 지원기관과 문화시설, 근로복지시설 등이 함께 있는 ‘융복합집적지’로 확산시킬 계획입니다. 창원산단에 시범적으로 건립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겁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뒤 기업들이 힘들어합니다.

“산단공도 개성공단 내에 아파트형 공장 건물을 지어 19개 기업을 입주시켰습니다. 현지 근로자가 2000명이 넘었고 산단공이 21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갈 곳이 없어진 기업들을 위해 반월, 시화공단의 지식산업센터 부지에 일단 7개 기업을 입주시켰습니다. 기업들을 돕는 차원에서 1년간 임대료를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곳에 30여개 기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반응은 꽤 좋습니다. 그밖에 원주, 아산 등에 있는 산업용지를 공장 부지로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산단공 본사가 대구로 이전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더군요. 대구가 ‘산단공 효과’를 누린다고요. 대구로 이전하자마자 대구시와 MOU를 맺고 지방자치단체와 분기별로 만나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이슈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혁신 연구를 위한 공동 펀딩을 했고, 좋은 기업들을 대구에 유치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주말에는 뭘 하며 시간을 보냅니까.

“요즘 둘레길 산책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관악산 주변 15㎞를 집사람과 종종 걷는데, 6시간이 걸립니다. 본사가 있는 대구에서는 20㎞ 거리인 ‘자락길’을 걷습니다. 꽃이 예쁘게 폈더군요. 집에서는 책을 읽습니다. 최근에 본 《하루 1%》라는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24시간의 1%인 15분을 어떤 목표에 투자하라는 얘기입니다. 마음먹고 새로운 것을 하려 해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일단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대한 일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 강남훈 이사장은

1961년 경남 합천 출생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제26회 행정시험에 합격했다.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에서 대변인, 자원개발정책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등을 지내며 산업단지 혁신, 지역산업 진흥, 산업구조 고도화, 에너지 수급 등을 담당했다. 2011년부터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을 지냈고, 2013년 9월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