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어렵지 않아…분위기를 즐기세요"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의 ‘첼로 소나타’. 리게티는 이 곡에 짝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마음을 담았다. 다정하게 대화하는 것을 꿈꾸며 이를 표현했다. 하지만 고전음악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과는 사뭇 다르다. 처음엔 묵직한 음이 천천히 이어진다. 그러다 서로 다른 음역의 음이 수차례 교차한다. 2악장에선 갑자기 빨라지고 다양한 기교가 뒤섞인다. 두 악장이 같은 곡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1악장을 쓰고 5년이 지나서야 2악장을 따로 지었기 때문이다. 여기엔 시간에 따른 현대음악가 특유의 감정 기복까지 담겼다.

지난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 공연 ‘아르스 노바 Ⅰ’에서 이 곡이 울려퍼졌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아르스 노바 공연의 문을 연 첫 곡이었다.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8·사진)는 피아노 반주 없는 리게티의 음악으로 변용의 향연을 펼쳤다. 엔더스는 관객이 현대음악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엔더스는 “현대음악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그저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며 “이를 돕기 위해 시간의 간격이 가져다주는 차이, 감정 기복까지 고스란히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국계 독일인인 엔더스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인 독일인 아버지와 작곡가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에 첼로를 시작한 그는 2008년 스무 살 때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첼로 수석으로 영입됐고, 2012년부터 독립해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엔더스를 높이 평가한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는 2년 전에 이어 두 번째로 그를 아르스 노바에 초청했다. 이날 엔더스는 페카 살로넨의 ‘마니아’도 연주했다. 오는 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아르스 노바 Ⅱ’에선 앙리 뒤티에의 ‘첼로 협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작곡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고, 흐름을 예측하기 힘든 현대음악의 대표곡들이다.

그는 “어렵다는 이유로 방 한구석에 쌓아두기만 했던 현대음악을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연주 전 관객의 입장에서 곡을 해석하고 기분을 전환하려 노력한다”며 “장조와 단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현대음악만의 아름다움을 잘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음악뿐만 아니라 바로크, 고전음악, 낭만주의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다. 2014년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앨범을 발매했다. 다른 첼리스트들이 한 분야에 몰두하는 것과 비교된다. 엔더스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고 그려 보는 화가들처럼 첼리스트도 그래야 한다”며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오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8월엔 조진주, 김혜진과 트리오 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11월에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엔더스는 “브람스의 음악을 들려드릴 기회도 마련할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