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자 똑같이 300원씩 올라…현대증권 3.35% 상승출발→3.35% 하락마감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진 직후인 1일 열린 주식시장에서 관련 주들의 추이가 주목을 끌었다.

인수전에서 이기고 진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는 나란히 소폭이지만 오름세로 마감했고, 매각 주체인 현대상선은 상고하저 형태로 추락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찰 '몸값'이 치솟은 현대증권도 출발은 좋았지만 결국 파란불이 켜진 채 끝났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증권을 인수하게 된 KB금융은 전 거래일보다 0.94%(300원) 오른 3만2천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KB금융은 장 초반 2.51%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탔지만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 때문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가 중·장기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지만 단기 주가 상승 동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KB금융지주가 마지막 합병 '대어'를 잡으려고 1조원 이상의 높은 가격을 써낸 것도 주가엔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반면에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든 한국금융지주는 인수 실패에 따른 실망감이 반영돼 0.68% 하락 출발했다가 오름세로 전환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장중 한때 2.28% 올라 4만4천950원을 터치한 뒤 0.68%(300원) 상승한 4만4천250원으로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인수전에서 승리하고 패한 두 당사자의 주가가 상승 비율은 다르지만 금액으론 공히 300원씩 오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7천원선을 뚫었던 현대증권 주가는 이날 3.35%(230원) 상승 출발했다가 3.35%(230원) 하락한 6천640원으로 거래가 끝났다.

우연히도 상승폭과 하락폭이 꼭 같았다.

현대증권 주가가 오름세로 시작해 하락세로 끝난 것은 그간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주가가 많이 오른 부담으로 차익 실현성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현대증권 거래량은 전날의 2배 수준인 1천만 주를 넘었다.

현대증권 지분 매각 주체인 현대상선은 매수세가 몰리면서 9.28%나 급등 출발한 뒤 장 초반에 11.9%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재료가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반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되면서 결국 1.81% 밀린 2천170원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지난달 24일 기록된 52주 최저가(2천90원)에서 겨우 3.83% 오른 수준이다.

거래량은 전날의 3배가 넘는 1천370만 주에 달했다.

현대증권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본계약 체결 및 정밀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 대금을 당장 돌아오는 현대상선의 만기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