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여성 처벌" 트럼프…위스콘신 경선 앞두고 최대 위기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낙태 여성 처벌’ 발언으로 출마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폭스비즈니스채널이 지난달 28~30일 위스콘신주 유권자 16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현지 지지율은 경선 2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에게 32% 대 42%로 10%포인트 차로 밀리고 있다. 트럼프는 한 달 전 크루즈에게 10%포인트 차로 앞서다가 3월 말 들어 밀리기 시작했다.

위스콘신은 오는 5일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42명의 대의원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winner takes all)’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진다.

트럼프는 736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경선 승리에 필요한 대의원 수(1237명)에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위스콘신에서 크루즈 의원(463명)을 중심으로 뭉친 반(反)트럼프 진영의 반격을 막지 못하면 과반 확보를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로 가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승부처인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나 최근 “한국과 일본에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지난달 2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거나 “낙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30일 공개토론회) 등의 문제성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지지층 이탈을 자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낙태 여성 처벌 발언에 대한 여성계 반발이 확산되자 발언 3시간 만에 “여성은 피해자며 낙태시술을 한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도의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CNN 방송은 “트럼프가 낙태 발언으로 경선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트럼프의 문제 발언은 공화당원까지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과 함께 진행되는 상·하원 및 주지사 선거 등에서 뛰고 있는 다른 공화당 출마자까지 ‘트럼프 리스크’를 떠안게 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31일 “공화당원들이 지금은 트럼프처럼 (낙태 반대에) 대놓고 입장을 밝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입장”이라며 트럼프와 공화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