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 스타우드호텔 ‘인수합병(M&A) 전쟁’이 메리어트호텔의 승리로 끝났다. 메리어트와 치열한 인수가격 경쟁을 벌여온 중국 보험사 안방보험이 인수 제안을 갑작스럽게 철회한 결과다. 스타우드를 인수하는 메리어트는 세계 최대 호텔체인으로 도약하게 됐다.

안방보험은 미국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한국의 동양생명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왕성한 ‘M&A 식욕’을 보여온 터였다. 이번 ‘돌연 퇴각’을 결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타우드 인수전' 끼어들었다 돌연 퇴각…중국 안방보험 미스터리
◆뒤늦게 뛰어들어 가격 올리더니

안방보험은 지난달 31일 인수 제안을 철회한다는 뜻을 스타우드호텔 측에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일 보도했다. 메리어트호텔이 스타우드 인수 예정자로 선정된 지 4개월여가 지난 3월18일 메리어트(122억달러)보다 높은 132억달러를 부르며 뒤늦게 ‘판 뒤집기’에 나선 안방보험이었다. 메리어트가 다시 인수가격을 136억달러로 높이자 안방보험은 14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가격경쟁을 액면 그대로 본다면 안방의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인수 제안을 철회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스타우드호텔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적합한 M&A 대상이지만 다양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설명했다.

◆인수자금 조달에 발목 잡혔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우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안방보험이 14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한 뒤 스타우드 경영진은 안방보험의 자금 조달능력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안방보험 측은 어떻게 인수자금을 마련할지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안방보험이 최근의 잇단 해외 M&A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안방보험은 그동안 고수익 재테크 상품 판매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기업 M&A용 ‘실탄’으로 써왔다.

◆中정부 제동, 美 정가 우려설도

안방보험의 과도한 해외 M&A가 부채 급증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은 지난달 23일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보험사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을 내세워 안방보험의 스타우드 인수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비상장사인 안방보험은 회계법인 감사를 받지 않아 자산 규모가 더 작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 내 반대기류 때문에 안방보험이 스타우드 인수를 포기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WSJ는 “중국 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미국 기업을 사들이자 워싱턴 정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