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택의료 환자들이 조제약 등 전문의약품을 택배로 받을 수 있게 된 건 일본 정부의 재택의료 확대 정책과 환자 편의를 중심으로 하는 의약업계의 서비스 노력 덕분으로 평가된다. 택배 업체인 일본우편과 약국 체인인 메디컬시스템네크워크로선 새로운 수익원을 찾게 됐다.
[의료 규제 푸는 일본] 원격진료 이어 의약품 택배…의료를 '산업'으로 키우는 일본
◆재택 환자 찾아가는 의사, 약사

일본에서는 종합감기약이나 비타민 등 일반의약품의 99% 이상을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 2013년 1월 대법원이 부작용 위험이 높은 의약품의 인터넷 판매를 전면 금지한 후생노동성의 행정명령을 위법이라고 판결한 후부터다. 대신 후생노동성은 법 개정을 통해 병원 처방약이나 요주의 의약품 등에 한해 인터넷 판매를 금지하고 약사가 직접 환자를 만나야 팔 수 있도록 했다.

일본우편도 조제약 택배서비스에 나서기로 하면서 약사가 직접 재택 환자에게 복용법이나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의약품 대면판매 원칙’을 지키는 방식을 취했다. 의사가 처방전을 낼 때마다 메디컬시스템네트워크 약사는 재택 환자를 직접 만나게 된다.

일본우편이 처방약 택배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재택의료 환자가 늘고 있어서다. 재택의료는 병원이나 의원이 집에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체계다. 의사와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정보기기(원격진료)를 이용해 검진하고 치료한다. 재택의료는 암, 치매, 골절, 호흡기질환자 등 질병 정도나 종류에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재택의료 환자 수는 15만6400명으로 2011년(11만700명)에 비해 41.3%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다.

메디컬시스템네트워크는 병원 주치의제도와 비슷한 담당 약사 지정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정 약사’ 제도는 약의 오남용을 막고 환자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담당 약사로 지정되면 약사가 1회당 700엔의 보수를 더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일본 정부가 재택의료 확대를 추진 중인 가운데 민간 기업들도 재택의료 활성화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전했다.

◆의료비 부담에 재택의료 확대

일본 정부는 재택의료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4회계연도 일본 1인당 의료비는 31만4000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싼 약이나 의료용 장비 이용이 늘면서 일본 국민이 지출한 의료비 총액은 연간 40조엔으로 불어났다.

일본의 인구 고령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5년 75세 이상 인구는 약 2200만명으로 2014년 대비 약 600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의 20% 정도를 7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한다. 이로 인해 의료비는 매년 1조엔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의료비 부담뿐만 아니라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면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점도 재택의료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재택의료를 선택하면 입원비 등을 아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환자들이 집에서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보수 체계를 개편했다. 이달부터 재택전문병원 설립을 허용하고, 고령자 시설을 방문하는 의사들의 의료 보수도 올렸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처럼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진료를 위한 일정한 시설 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