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잇따른 발언에도 일본에선 재연기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세 인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시장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리먼브러더스 쇼크나 대지진 같은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소비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2016회계연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연 기자간담회 때와 비슷한 발언이다.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7월께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을 일단 부인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 한 차례 소비세 인상 시기를 늦추면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그해 12월 조기 총선을 시행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중대한 사태가 발생해 인상을 연기할지는 전문적인 견지에서의 분석을 토대로 그때의 정치판단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상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그런 제약 요건을 감안해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5월18일 나오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등 경제지표를 보고 그달 26~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전후해 증세 연기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G7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해 G7이 협조해 내수 부양에 공동으로 나서기로 하면서 그 일환으로 소비세 인상 연기를 단행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3일 전했다. 국제 공조 차원에서 인상을 연기한다는 명분이다. 지난달 28일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상을 사실상 보류키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