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기업투자…39년 만에 최악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민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7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3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은 29.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총고정자본형성은 기업이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비·건설·무형자산에 투자한 액수를 말한다. 지난해 비중은 1976년(26.4%) 이후 3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그만큼 투자가 정체됐다는 뜻이다.

기업 투자는 올 들어서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2월 설비 투자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2월 설비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7.5% 줄어 1년6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수출이 15개월 연속 감소세인 데다 재고도 늘어나면서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제조업 재고율은 128.5%로 2008년 12월(129.5%) 이후 7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월 재고율도 128.0%를 기록했다.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도 4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1988년(48.3%) 이후 최저치다. 가계 부채 급증과 고령화 등이 민간 소비를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은 “한국이 구조개혁과 규제개혁을 통해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