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BW '악성매물 주의보'…2000억 원금 떼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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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종목 지정 17곳 CB·BW 발행
현대상선·아이디에스·리젠 등 주식 전환 안된 물량만 2100억
연 5~15% 수익 주던 투자처 '비상'
현대상선·아이디에스·리젠 등 주식 전환 안된 물량만 2100억
연 5~15% 수익 주던 투자처 '비상'
저금리 시대에 유망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혀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에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개인투자자나 증권사 저축은행 등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CB와 BW를 발행한 기업들이 무더기로 관리종목에 지정돼서다. 관리종목은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될 우려가 있는 기업들로 CB·BW 투자자들은 사채 이자는 물론 원금마저도 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관리종목 절반이 CB·BW 발행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개 상장사 가운데 2013년 이후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은 17곳이다. 이 중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만기 전 CB·BW 물량은 2100억원어치 규모로 집계됐다. 관리종목 기업들은 자금 상황이 열악한 만큼 이 중 상당 금액은 이자 연체는 물론 원금마저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무보증으로 발행된 사채여서 법정 소송까지 가더라도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리금 손실 부담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라는 얘기다.
손실 위험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현대상선이 작년 9월에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BW다. 분리형 BW가 다시 허용된 직후였던 만큼 청약에만 4조원 넘게 몰렸다. 공모 발행 투자자 상당수가 개미투자자들이었다. 1500억원 중 아직까지 신주로 전환하지 못한 물량은 540억원어치다. 신주인수권(워런트)은 지난달 25일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휴지조각’이 됐으며 남아 있는 채권도 현대상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6월 아이디에스가 100억원 규모로 사모 발행한 CB에 투자한 바로투자증권, 올 2월 리젠이 발행한 95억원 규모 사모 CB에 투자한 학원업체 및 개인투자자들도 원리금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 신안상호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에 각각 50억원, 100억원 규모로 투자한 핫텍과 씨엘인터내셔널 CB가 동시에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CB·BW에 한 번 손댄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차환발행 물량을 인수해 주면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있다. 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에스에스컴텍은 올초에도 해성창업투자를 대상으로 30억원, 지난 1일엔 개인투자자 남지원 씨를 대상으로 1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전문 메자닌펀드로 범위 좁혀야
CB와 BW 투자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최근 각광받아온 소위 ‘메자닌 투자’도 ‘묻지마식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메자닌은 주택 1층과 2층의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CB·BW 등이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메자닌 투자가 연 5~15% 수익을 가져다주는 안정적인 투자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원리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CB·BW는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중소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엄격한 내부 기준을 가지고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매년 1~2월에 발행되는 메자닌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 ‘KTB메짜닌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이창행 KTB자산운용 이사는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보고서가 확정되기 전에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라며 “올 1분기 CB를 발행한 100여개 기업 가운데 KTB자산운용 내부기준을 통과한 곳은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 전환사채(CB)
채권으로 발행되지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사채.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권을 포기하고 회사채를 상환받으면 되기 때문에 원금을 보전할 수 있다.
■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는 물론 주가가 오르면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을 분리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와 차이가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관리종목 절반이 CB·BW 발행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개 상장사 가운데 2013년 이후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은 17곳이다. 이 중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만기 전 CB·BW 물량은 2100억원어치 규모로 집계됐다. 관리종목 기업들은 자금 상황이 열악한 만큼 이 중 상당 금액은 이자 연체는 물론 원금마저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무보증으로 발행된 사채여서 법정 소송까지 가더라도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리금 손실 부담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라는 얘기다.
손실 위험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현대상선이 작년 9월에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BW다. 분리형 BW가 다시 허용된 직후였던 만큼 청약에만 4조원 넘게 몰렸다. 공모 발행 투자자 상당수가 개미투자자들이었다. 1500억원 중 아직까지 신주로 전환하지 못한 물량은 540억원어치다. 신주인수권(워런트)은 지난달 25일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휴지조각’이 됐으며 남아 있는 채권도 현대상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6월 아이디에스가 100억원 규모로 사모 발행한 CB에 투자한 바로투자증권, 올 2월 리젠이 발행한 95억원 규모 사모 CB에 투자한 학원업체 및 개인투자자들도 원리금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 신안상호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에 각각 50억원, 100억원 규모로 투자한 핫텍과 씨엘인터내셔널 CB가 동시에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CB·BW에 한 번 손댄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차환발행 물량을 인수해 주면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도 있다. 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에스에스컴텍은 올초에도 해성창업투자를 대상으로 30억원, 지난 1일엔 개인투자자 남지원 씨를 대상으로 1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전문 메자닌펀드로 범위 좁혀야
CB와 BW 투자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최근 각광받아온 소위 ‘메자닌 투자’도 ‘묻지마식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메자닌은 주택 1층과 2층의 중간층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CB·BW 등이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메자닌 투자가 연 5~15% 수익을 가져다주는 안정적인 투자로 알려져 있지만 기업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원리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CB·BW는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중소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하기 때문에 엄격한 내부 기준을 가지고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매년 1~2월에 발행되는 메자닌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 ‘KTB메짜닌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이창행 KTB자산운용 이사는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보고서가 확정되기 전에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은 그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라며 “올 1분기 CB를 발행한 100여개 기업 가운데 KTB자산운용 내부기준을 통과한 곳은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 전환사채(CB)
채권으로 발행되지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사채.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권을 포기하고 회사채를 상환받으면 되기 때문에 원금을 보전할 수 있다.
■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는 물론 주가가 오르면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을 분리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와 차이가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