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카톡까톡] 테슬라 '반값 전기차' 열풍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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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의 생활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자동차 산업의 이야기(카톡)를 까놓고 얘기할 수 있는(까톡)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김정훈 기자 ] "지난 주말까지 27만6000대 예약 판매를 기록했다."
'반값 전기차'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앨론 머스크가 4일 오전(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차는 없어서 못 파는데 주문은 폭주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만5000달러(기본형·약 4000만원)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지난주 금요일 오후 미국 언론에 공개된 뒤 이 차의 예약 구매자는 하룻밤 사이 수만 명씩 불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예약 댓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조원에 육박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어디까지 사전계약이 늘어날지 궁금해진다.
모델3의 출시 시점은 2017년 말이다. 지금 주문해도 먼저 주문한 고객 수를 감안하면 빨라도 2년은 넉넉잡아야 출고가 가능해진다.
18개월 뒤에 생산을 시작하는 차에 소비자들이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그동안 자동차 시장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광풍(狂風)이다.
한국도 판매 국가에 포함되면서 1000달러의 계약금을 내고 해외 직구(?)를 노리는 소비자들이 생기고 있다. 이찬진 등 기업인뿐만 아니라 일부 자동차담당 기자도 구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없을까. 모델3의 온라인 직구 사이트를 접속해 보면 예약자는 언제든 구매를 취소할 수 있고 계약금도 돌려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호기심에 예약하는 소비자가 구매를 취소할 수 있는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이화여대 교수)은 "모델3의 양산 시점까진 상당기간 남아있다"면서 "업계 패러다임을 바꿀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예약 구매자들이 취소하게 되면 초반 인기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약 5만대의 전기차를 만들어 팔았다. 테슬라는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달리 대량 생산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정말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이 많은 숫자의 차를 얼마나 신속하게 공급할지가 과제로 남게 된다.
예약 판매가 20만대를 넘어서자 앨론 머스크도 "생산 계획을 다시 짜야 되는 것 같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테슬라의 반값 전기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뛰어난 상품성과 좋은 가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륜 구동(뒷바퀴굴림)으로 달리는 이 차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초대, 1회 충전에 215마일(약 350㎞)을 달릴 수 있다. 게다가 자율운행(오토파일럿) 기술도 지원한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미국에선 약 3000만원에 살 수 있어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보다 싸다.
테슬라의 행보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현재 테슬라의 움직임은 '매각을 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테슬라가 회사 덩치를 키워놓은 다음에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도 "애플의 테슬라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비싼 가격과 수익성 문제로 불발됐다"면서 "테슬라는 지난해 마이너스 2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선 테슬라 열풍이 앞으로 국내 전기차 보급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모델3 출시 이후 한국도 판매 및 서비스망을 구축할 지역에 포함시켰다. 2~3년 사이 국내에 슈퍼 차저(테슬라 급속충전소) 등 기반 시설이 들어온다면 테슬라를 한국의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날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2017~2018년이면 테슬라 모델3를 기폭제로 전기차가 주류로 부상할 수 있지만, 국내 시장은 정부의 전기차 보급정책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부 보조금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기차 이용자에게 버스중앙차로 허용, 개구리 주차 등 다양한 운행상의 혜택이 추가로 필요한 대목이다.
반값 전기차 열기가 과연 한국에서도 이어질까. 테슬라 열풍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늘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남도의 봄], [일본인 제빵사가 만든 조리빵의 비밀], [극강의 편안함, 재규어 뉴 XF…5시간 주행에도 피로감 잊어], [별종에서 주류로 떠오른 '모디슈머'…2조 라면시장 쥐락펴락], [샤오미, '반값' 한국판 정수기·밥솥 만든다…TV·폰은 '모르쇠']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 김정훈 기자 ] "지난 주말까지 27만6000대 예약 판매를 기록했다."
'반값 전기차'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앨론 머스크가 4일 오전(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차는 없어서 못 파는데 주문은 폭주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만5000달러(기본형·약 4000만원)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지난주 금요일 오후 미국 언론에 공개된 뒤 이 차의 예약 구매자는 하룻밤 사이 수만 명씩 불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예약 댓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3조원에 육박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어디까지 사전계약이 늘어날지 궁금해진다.
모델3의 출시 시점은 2017년 말이다. 지금 주문해도 먼저 주문한 고객 수를 감안하면 빨라도 2년은 넉넉잡아야 출고가 가능해진다.
18개월 뒤에 생산을 시작하는 차에 소비자들이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그동안 자동차 시장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광풍(狂風)이다.
한국도 판매 국가에 포함되면서 1000달러의 계약금을 내고 해외 직구(?)를 노리는 소비자들이 생기고 있다. 이찬진 등 기업인뿐만 아니라 일부 자동차담당 기자도 구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없을까. 모델3의 온라인 직구 사이트를 접속해 보면 예약자는 언제든 구매를 취소할 수 있고 계약금도 돌려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호기심에 예약하는 소비자가 구매를 취소할 수 있는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이화여대 교수)은 "모델3의 양산 시점까진 상당기간 남아있다"면서 "업계 패러다임을 바꿀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예약 구매자들이 취소하게 되면 초반 인기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약 5만대의 전기차를 만들어 팔았다. 테슬라는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달리 대량 생산을 해 본 경험이 없다. 정말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이 많은 숫자의 차를 얼마나 신속하게 공급할지가 과제로 남게 된다.
예약 판매가 20만대를 넘어서자 앨론 머스크도 "생산 계획을 다시 짜야 되는 것 같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테슬라의 반값 전기차에 열광하는 이유는 뛰어난 상품성과 좋은 가격 때문으로 풀이된다. 후륜 구동(뒷바퀴굴림)으로 달리는 이 차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초대, 1회 충전에 215마일(약 350㎞)을 달릴 수 있다. 게다가 자율운행(오토파일럿) 기술도 지원한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미국에선 약 3000만원에 살 수 있어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보다 싸다.
테슬라의 행보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현재 테슬라의 움직임은 '매각을 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테슬라가 회사 덩치를 키워놓은 다음에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낸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도 "애플의 테슬라 인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비싼 가격과 수익성 문제로 불발됐다"면서 "테슬라는 지난해 마이너스 2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선 테슬라 열풍이 앞으로 국내 전기차 보급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모델3 출시 이후 한국도 판매 및 서비스망을 구축할 지역에 포함시켰다. 2~3년 사이 국내에 슈퍼 차저(테슬라 급속충전소) 등 기반 시설이 들어온다면 테슬라를 한국의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날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은 "2017~2018년이면 테슬라 모델3를 기폭제로 전기차가 주류로 부상할 수 있지만, 국내 시장은 정부의 전기차 보급정책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부 보조금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기차 이용자에게 버스중앙차로 허용, 개구리 주차 등 다양한 운행상의 혜택이 추가로 필요한 대목이다.
반값 전기차 열기가 과연 한국에서도 이어질까. 테슬라 열풍이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늘의 시선'으로 내려다본 남도의 봄], [일본인 제빵사가 만든 조리빵의 비밀], [극강의 편안함, 재규어 뉴 XF…5시간 주행에도 피로감 잊어], [별종에서 주류로 떠오른 '모디슈머'…2조 라면시장 쥐락펴락], [샤오미, '반값' 한국판 정수기·밥솥 만든다…TV·폰은 '모르쇠']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