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자겸즉인필복(自謙則人必服)…한학에서 인재 중요성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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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현장 직원들과 토론 즐기는 '소통왕 CEO'
의견 경청하는 CEO
모르는 것 부끄러워 말아야 아랫사람의 좋은 아이디어 얻어
답은 현장에 있다
휴대폰 제작에 문제 생기자 공장 달려가 신속하게 해결
소프트웨어는 묵은지 같은 것
개발자 믿고 충분히 시간 주고 다양한 지원 아끼지 말아야
현장 직원들과 토론 즐기는 '소통왕 CEO'
의견 경청하는 CEO
모르는 것 부끄러워 말아야 아랫사람의 좋은 아이디어 얻어
답은 현장에 있다
휴대폰 제작에 문제 생기자 공장 달려가 신속하게 해결
소프트웨어는 묵은지 같은 것
개발자 믿고 충분히 시간 주고 다양한 지원 아끼지 말아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55·사진). 그의 집무실에는 한자 16자를 쓴 액자가 걸려 있다. ‘下意傾聽, 深思熟考, 萬事縱寬, 以聽得心(하의경청, 심사숙고, 만사종관, 이청득심)’. ‘아랫사람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깊이 생각하며, 모든 일에 관대하고, 잘 들음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한학과 서예에 관심이 많던 고 사장이 직접 글귀를 짓고, 붓으로 쓴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학을 배웠다. 그때부터 한자 하나하나에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게 됐다. 중학교 2학년 때 중국 청나라 문장가인 신함광의 ‘自謙則人必服, 自誇則人必疑(자겸즉인필복, 자과즉인필의)’라는 글을 알게 된 뒤 좌우명으로 삼았다. ‘자신을 낮추면 주위 사람이 따를 것이요, 자신을 높이면 주위 사람의 의심을 살 것이다.’
한문학에서 인재 중용 배워
고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에 올랐다. 갤럭시S 시리즈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발령을 받은 뒤 직원들로부터 신뢰받는 경영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멋진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협력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우선 사내에서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죠.”
그가 무선사업부에 처음 왔을 때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써준 글도 인간관계에 대한 문장이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는 뜻으로 논어 위정편의 글귀다.
“내가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도 아는 사실만 얘기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체해서는 안 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을 잘 아는 아랫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가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 중 하나도 아랫사람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발굴해낼 줄 아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소통왕
고 사장은 현장을 중요시한다. 휴대폰 제조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으면 곧바로 현장을 찾는다. 2008년 한 휴대폰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현장에서 안테나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는 곧바로 경북 구미에 있는 공장으로 달려갔다. 담당자들과 사출기(플라스틱 금속 등 원료를 틀 안에 넣어 제품을 제작하는 설비) 앞에 서서 문제 파악에 나섰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출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순히 구두 지시만 하지 않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덕에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010년 삼성전자의 첫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를 제작할 때의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갤럭시S는 애플 아이폰과 대적할 중요한 제품이었다. 생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디스플레이의 불량률이 예상보다 높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는 당시에도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공장 담당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디스플레이 글라스(유리)를 진공 상태에서 고온의 열로 성형하는 과정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고 사장은 다음날 최고경영진에 곧바로 보고했다. 경영진과 다시 공장을 찾은 그는 2시간여의 회의 끝에 공정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성형 단계를 줄였고 불량률을 낮출 수 있었다. 이런 일들로 그는 사내에서 ‘소통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변화와 도전 추구하는 꼼꼼이
고 사장은 매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메모장’으로 일기를 쓴다. 그 덕에 회사 소프트웨어(SW) 전략의 문제점도 발견하게 됐다. 갤럭시S부터 갤럭시S5에 이르기까지 메모장 앱의 화면 구성, 메뉴 순서 등이 모두 제각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사용자경험(UI)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는 “사내 토론방에서 사원들이 얘기하는 소프트웨어 문제점을 그대로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가 김장김치라면 소프트웨어는 묵은지와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충분히 숙성돼야 빛을 발한다는 얘기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여긴다. 2011년부터 보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 독자적인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KNOX)’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 채용, 연구소 설립 등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후 KNOX는 2013년 미국 정부에서 보안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로부터 ‘최고 보안 솔루션상’도 수상했다.
스스로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라고 하는 그에게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 개발 과정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메탈(금속) 소재의 스마트폰에 외장메모리, 방수 기능 등을 적용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부품 간 틈은 실리콘으로 처리해야 했고, USB 단자와 이어폰 잭과 같은 부분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도금 처리를 해야 했다. 고 사장은 개발 과정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겼다.
그는 “갤럭시S7은 성능과 디자인 등 어느 하나 타협하지 않고 만든 제품”이라고 했다. 취임한 지 갓 4개월이 지난 지금, 고 사장은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 고동진 사장 프로필
△1961년 서울 출생 △1980년 경성고 졸업 △1984년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4년 삼성전자 개발관리과 입사 △1988년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연구운영팀 △1990년 삼성전자 종합기획실 기획담당 △1993년 삼성전자 인사팀 △1993년 영국 서식스대 기술정책과 석사 △1995년 삼성비서실 인력팀 △2000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 △2006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해외상품기획그룹장 △2007년 개발관리팀장 △2011년 기술전략팀장 △2014년 개발실장 △2015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한학을 배웠다. 그때부터 한자 하나하나에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게 됐다. 중학교 2학년 때 중국 청나라 문장가인 신함광의 ‘自謙則人必服, 自誇則人必疑(자겸즉인필복, 자과즉인필의)’라는 글을 알게 된 뒤 좌우명으로 삼았다. ‘자신을 낮추면 주위 사람이 따를 것이요, 자신을 높이면 주위 사람의 의심을 살 것이다.’
한문학에서 인재 중용 배워
고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에 올랐다. 갤럭시S 시리즈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는 발령을 받은 뒤 직원들로부터 신뢰받는 경영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멋진 제품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협력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우선 사내에서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죠.”
그가 무선사업부에 처음 왔을 때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써준 글도 인간관계에 대한 문장이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는 뜻으로 논어 위정편의 글귀다.
“내가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도 아는 사실만 얘기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체해서는 안 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을 잘 아는 아랫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가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 중 하나도 아랫사람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발굴해낼 줄 아는 지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소통왕
고 사장은 현장을 중요시한다. 휴대폰 제조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으면 곧바로 현장을 찾는다. 2008년 한 휴대폰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현장에서 안테나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는 곧바로 경북 구미에 있는 공장으로 달려갔다. 담당자들과 사출기(플라스틱 금속 등 원료를 틀 안에 넣어 제품을 제작하는 설비) 앞에 서서 문제 파악에 나섰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출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순히 구두 지시만 하지 않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덕에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010년 삼성전자의 첫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를 제작할 때의 일화도 유명하다. 당시 갤럭시S는 애플 아이폰과 대적할 중요한 제품이었다. 생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디스플레이의 불량률이 예상보다 높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그는 당시에도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공장 담당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디스플레이 글라스(유리)를 진공 상태에서 고온의 열로 성형하는 과정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고 사장은 다음날 최고경영진에 곧바로 보고했다. 경영진과 다시 공장을 찾은 그는 2시간여의 회의 끝에 공정을 단순화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성형 단계를 줄였고 불량률을 낮출 수 있었다. 이런 일들로 그는 사내에서 ‘소통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변화와 도전 추구하는 꼼꼼이
고 사장은 매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메모장’으로 일기를 쓴다. 그 덕에 회사 소프트웨어(SW) 전략의 문제점도 발견하게 됐다. 갤럭시S부터 갤럭시S5에 이르기까지 메모장 앱의 화면 구성, 메뉴 순서 등이 모두 제각각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동안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사용자경험(UI)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는 “사내 토론방에서 사원들이 얘기하는 소프트웨어 문제점을 그대로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가 김장김치라면 소프트웨어는 묵은지와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충분히 숙성돼야 빛을 발한다는 얘기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여긴다. 2011년부터 보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한 뒤 독자적인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KNOX)’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 채용, 연구소 설립 등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후 KNOX는 2013년 미국 정부에서 보안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로부터 ‘최고 보안 솔루션상’도 수상했다.
스스로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라고 하는 그에게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 개발 과정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메탈(금속) 소재의 스마트폰에 외장메모리, 방수 기능 등을 적용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부품 간 틈은 실리콘으로 처리해야 했고, USB 단자와 이어폰 잭과 같은 부분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도금 처리를 해야 했다. 고 사장은 개발 과정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겼다.
그는 “갤럭시S7은 성능과 디자인 등 어느 하나 타협하지 않고 만든 제품”이라고 했다. 취임한 지 갓 4개월이 지난 지금, 고 사장은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 고동진 사장 프로필
△1961년 서울 출생 △1980년 경성고 졸업 △1984년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졸업 △1984년 삼성전자 개발관리과 입사 △1988년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연구운영팀 △1990년 삼성전자 종합기획실 기획담당 △1993년 삼성전자 인사팀 △1993년 영국 서식스대 기술정책과 석사 △1995년 삼성비서실 인력팀 △2000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 △2006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해외상품기획그룹장 △2007년 개발관리팀장 △2011년 기술전략팀장 △2014년 개발실장 △2015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