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활 가르는 '디지털 빅뱅'] "10년 내 은행 지점 3분의 2 문 닫을 수 있다"
“월급이 로그인했습니다. 카드사 퍼가요. 통신사 퍼가요. 국민연금 퍼가요. 월급이 로그아웃했습니다.”

오래전 유행하던 자조 섞인 인터넷 유머다. 그렇다. 이제 월급은 통장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로그인했다가 로그아웃하는 존재가 됐다.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은행을 찾지는 않고,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지만 증권사를 찾을 일은 없는 세상이다. 금융이 소비되고 유통되는 방식은 이미 변했다. 그리고 금융은 더 바뀔 것이다.

금융회사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중국 최대 머니마켓펀드(MMF)는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위어바오(餘額寶)다. 삼성과 애플은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로 지급결제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비해 골드만삭스는 정보기술(IT)기업을 선언하고 3년 연속 정기 주주총회를 실리콘밸리에서 열고 있다. IT기업은 금융화하고 있고, 금융회사는 IT화하고 있다.

혁신적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의해 기존에 없던 금융 방식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국 크레디트이즈(CreditEase)나 미국 렌딩 클럽(Lending Club)은 개인 간 거래(P2P) 방식으로 대출을 중개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주목받고 있다.

AT커니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자산 규모는 2조2000억달러(약 25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혁신으로 기존 금융권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예상보다 클 것이다. 기존 은행의 물리적 커버리지 중심의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한 경쟁 모델이 되지 못할 것이다.

10년 이내에 기존 은행 지점의 3분의 2는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금융이 소비되고 유통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가맹점 수수료 모델은 더는 지속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신규 플레이어의 등장으로 대출시장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발달로 손해보험에 대한 관점이 바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리스크 평가 모델을 내놓는 보험사는 살아남을 것이고 아니면 도태할 것이다.

기존 금융권이 10년을 내다본다는 관점에서 지금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원 < AT커니 파트너 jaewon.lee@atkearne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