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자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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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상품'에 한 달 새 7.7조 투자
'수익률 연 5%'로 눈높이 낮춰
'스터디 모임' 결성해 정보 교환
지난달에만 사모펀드에 7조7000억 몰려
비상장 주식 담고 중국기업 증자 참여…큰손들, 기관 뺨치는 투자
기대수익률 낮추지만
해외서 발행 후순위채 투자…6개월마다 연 5% 이자 챙겨
고위험도 마다 안해
네트워크 활용 종목 발굴…상장 성공땐 2~3배 수익
사고판 흔적 안 남아 인기
'수익률 연 5%'로 눈높이 낮춰
'스터디 모임' 결성해 정보 교환
지난달에만 사모펀드에 7조7000억 몰려
비상장 주식 담고 중국기업 증자 참여…큰손들, 기관 뺨치는 투자
기대수익률 낮추지만
해외서 발행 후순위채 투자…6개월마다 연 5% 이자 챙겨
고위험도 마다 안해
네트워크 활용 종목 발굴…상장 성공땐 2~3배 수익
사고판 흔적 안 남아 인기
최근 한 달 동안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3조1052억원. 연초 대비 코스피지수가 반등한 상황에서 지수를 추가로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펀드를 환매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부자’들의 움직임은 정반대였다. 3월 한 달 동안 새로 설정된 사모펀드에는 7조7594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신규 설정액(6020억원)의 열 배가 넘는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인 사모펀드의 주고객인 부자들이 지난 한 달간 바쁘게 움직였다는 증거다.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은 금융자산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이 소액투자자와 확연히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사모상품 위주로 투자하고 저금리 환경에 맞춰 기대수익률을 확 낮췄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공모펀드를 움직임이 둔한 ‘매머드’로 간주한다. 설정액이 크다 보니 시장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단일 펀드 규모가 100억~500억원 수준이다.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제한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진짜 실력 있는’ 투자전문가는 사모시장에 있다는 것도 부자들의 굳은 믿음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올린 수익의 10% 안팎을 성과보수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사모펀드 시장엔 증시와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며 “지수만 바라보는 공모펀드 시장과는 역동성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비상장사 투자
프라이빗뱅커(PB)들이 꼽은 부자들의 공통점은 ‘욕심 다스리기’다. 자산의 일부를 고위험 자산에 집어 넣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목표 수익률은 연 5%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잡는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 나와도 수익형 상가, 채권 펀드, 예금과 같은 저위험 자산을 포기하지 않는다. 연 5%의 수익만 나면 곧바로 청산하는 ‘게릴라’ 형태의 주식형 사모펀드가 늘어난 이유다.
스터디 모임을 결성하는 등 네트워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부자들의 특징이다. 부자 모임에서 떠도는 정보가 금융 전문가의 조언보다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다. 최근 자산가들이 비상장사 주식에 열을 올리는 것도 ‘네트워크의 힘’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자 네트워크에서 ‘OK’ 판정을 받은 기업이 나타나면 모임에 속한 자산가들이 일제히 지갑을 연다는 설명이다.
비상장 주식의 강점은 높은 수익률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적게는 30%, 많게는 10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가 개인투자자를 모아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최대주주 등과 연결해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사고판 이력이 남지 않는다”며 “외부 시선에 민감한 기업체 오너나 고위공직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이 2013년 신탁 형태로 판매한 바이오기업 코아스템 주식은 11배의 수익을 냈다. 투자 당시 650억원이던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한때 7622억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유안타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최근 2~3년 새 전담팀을 꾸렸다. 최동인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 차장은 “작년 한 해에만 3000억원 정도의 비상장 주식이 장외에서 거래되는 등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기업 유상증자도 ‘싹쓸이’
중국 현지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부자도 늘고 있다. 동양자산운용이 지난달 판매한 ‘동양 차이나 사모유상증자펀드’는 128억원의 물량이 1주일 만에 동났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기업의 주식을 시가보다 10~30%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는 만큼 제값을 주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국 차이퉁자산운용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사모 유상증자의 평균 할인율은 20%에 육박한다. 이 회사가 참여한 123개 유상증자 기업의 평균 할인율은 18%, 평균 평가이익률은 42%에 달한다.
중국 유상증자는 진입장벽이 높다. 공시 없이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하고, 10명 이하의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 중국 현지 금융업체와의 네트워크 없이는 상품을 들여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동양자산운용이 상품을 들여올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안방보험 출신인 팡젠 대표의 개인 네트워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자산가들은 해외시장에서 발행되는 국내 기업의 후순위채권을 담는다.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채권이 대표적이다. 해외시장에 상장된 우리은행 채권을 다시 국내로 들여온 상품으로 연 4.75%의 이자를 6개월마다 받을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은 Baa3(무디스 기준)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사모펀드
49명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운용하는 펀드. 단순투자 목적의 일반 사모펀드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인수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주식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나뉜다.
송형석/김우섭 기자 click@hankyung.com
같은 기간 ‘부자’들의 움직임은 정반대였다. 3월 한 달 동안 새로 설정된 사모펀드에는 7조7594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신규 설정액(6020억원)의 열 배가 넘는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인 사모펀드의 주고객인 부자들이 지난 한 달간 바쁘게 움직였다는 증거다.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은 금융자산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이 소액투자자와 확연히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사모상품 위주로 투자하고 저금리 환경에 맞춰 기대수익률을 확 낮췄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공모펀드를 움직임이 둔한 ‘매머드’로 간주한다. 설정액이 크다 보니 시장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는 단일 펀드 규모가 100억~500억원 수준이다. 투자자를 49인 이하로 제한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진짜 실력 있는’ 투자전문가는 사모시장에 있다는 것도 부자들의 굳은 믿음이다.
사모펀드는 투자자가 올린 수익의 10% 안팎을 성과보수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사모펀드 시장엔 증시와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며 “지수만 바라보는 공모펀드 시장과는 역동성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비상장사 투자
프라이빗뱅커(PB)들이 꼽은 부자들의 공통점은 ‘욕심 다스리기’다. 자산의 일부를 고위험 자산에 집어 넣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목표 수익률은 연 5%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잡는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 나와도 수익형 상가, 채권 펀드, 예금과 같은 저위험 자산을 포기하지 않는다. 연 5%의 수익만 나면 곧바로 청산하는 ‘게릴라’ 형태의 주식형 사모펀드가 늘어난 이유다.
스터디 모임을 결성하는 등 네트워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부자들의 특징이다. 부자 모임에서 떠도는 정보가 금융 전문가의 조언보다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다. 최근 자산가들이 비상장사 주식에 열을 올리는 것도 ‘네트워크의 힘’이라는 지적이 많다. 부자 네트워크에서 ‘OK’ 판정을 받은 기업이 나타나면 모임에 속한 자산가들이 일제히 지갑을 연다는 설명이다.
비상장 주식의 강점은 높은 수익률이다. 상장에 성공하면 적게는 30%, 많게는 10배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가 개인투자자를 모아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최대주주 등과 연결해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은 사고판 이력이 남지 않는다”며 “외부 시선에 민감한 기업체 오너나 고위공직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이 2013년 신탁 형태로 판매한 바이오기업 코아스템 주식은 11배의 수익을 냈다. 투자 당시 650억원이던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한때 7622억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유안타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최근 2~3년 새 전담팀을 꾸렸다. 최동인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 차장은 “작년 한 해에만 3000억원 정도의 비상장 주식이 장외에서 거래되는 등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기업 유상증자도 ‘싹쓸이’
중국 현지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부자도 늘고 있다. 동양자산운용이 지난달 판매한 ‘동양 차이나 사모유상증자펀드’는 128억원의 물량이 1주일 만에 동났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기업의 주식을 시가보다 10~30%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는 만큼 제값을 주고 주식을 사는 투자자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중국 차이퉁자산운용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사모 유상증자의 평균 할인율은 20%에 육박한다. 이 회사가 참여한 123개 유상증자 기업의 평균 할인율은 18%, 평균 평가이익률은 42%에 달한다.
중국 유상증자는 진입장벽이 높다. 공시 없이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하고, 10명 이하의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 중국 현지 금융업체와의 네트워크 없이는 상품을 들여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동양자산운용이 상품을 들여올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안방보험 출신인 팡젠 대표의 개인 네트워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자산가들은 해외시장에서 발행되는 국내 기업의 후순위채권을 담는다. 우리은행 달러표시 후순위채권이 대표적이다. 해외시장에 상장된 우리은행 채권을 다시 국내로 들여온 상품으로 연 4.75%의 이자를 6개월마다 받을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은 Baa3(무디스 기준)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사모펀드
49명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운용하는 펀드. 단순투자 목적의 일반 사모펀드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인수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주식을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나뉜다.
송형석/김우섭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