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부터 진로교육 집중학기제…초교에도 전담교사 배치
교육부가 앞으로 5년간 진로교육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직업 체험과 연계한 개인 맞춤형 진로교육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초등학교에도 올해부터 진로 전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대폭 확대한다.

○제2의 자유학기제 도입

교육부는 5일 ‘제2차 진로교육 5개년(2016~202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시행된 진로교육법을 현실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올해부터 전면 도입한 자유학기제의 확장 개념이다. 박춘란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려면 과도한 대학 쏠림과 특정 전공 선호 현상을 깰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초등 단계부터 진로탐색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에 상관없이 대학졸업장부터 따야 한다는 풍조 탓에 대학 졸업생과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 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공학계열 대졸 인력은 21만명가량 부족한 데 비해 인문·사회·사범계열 인력은 43만명 정도 남아돌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추정이다.

이번 진로교육 강화안의 핵심 중 하나는 집중학년·학기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한 학년 또는 한 학기를 진로와 연계된 활동에 할애하는 제도다. 학생은 주당 3~4시간을 교육받으며 자유학기제와 달리 지필평가도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올해는 우선 일반고 37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해 1학년을 대상으로 집중학기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시범학교 1000곳, 협력학교 2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1부터 진로교육 집중학기제…초교에도 전담교사 배치
○교육현장 “준비 안돼” 혼란 우려

진로 전담교사도 대폭 충원한다. 중학교는 앞으로 5년간 100%(작년 말 95.3%) 배치하고, 초등학교에도 진로 전담교사를 새로 두기로 했다. 박 국장은 “중장기적으로 교육대학원 진로진학상담 전공과정 이수자를 우선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직 전문직업인, 퇴직 시니어 등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설명할 기회도 넓어질 전망이다. ‘지원 풀(pool)’을 작년 654명에서 2020년엔 3000여명으로 확대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학생 개인별로 ‘관리’가 가능하도록 진로체험이력관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교육 내실화를 위한 방책 중 하나다. 내년에 개발해 2018년께 적용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진로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학 정규 과목에 진로 관련 내용을 반영토록 권고하기로 했다. 대학특성화 사업 등 대학 재정사업 선정 때 평가항목에 진로교육 시행 여부를 넣겠다는 것이다. 모든 직업 정보를 한자리에 모은 진로정보망을 구축하는 등 진로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부는 향후 5년간 총 2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현장에서 실제 구현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교육계의 반응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정책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자유학기제에 대한 평가체계도 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또 다른 정책이 쏟아지니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반영하는 방침 등이 담긴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 개정안’을 밝혔지만 새로운 학생부가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내신 성적이 고교 입시에 무엇보다 중요한데 진로탐색 명목으로 다른 데 시간을 뺏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진로교육 집중제가 고등학교의 경우 특목·자사고는 배제한 채 일반고만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정작 필요한 것은 고급 두뇌들의 특정 직업 선호 현상을 막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진로교육을 전 학교에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서울대 연구용역과 대구 지역 학교들의 사례를 통해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특목고 등도 진로교육을 도입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