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6일 오후 4시20분

[마켓인사이트] 5개월째…건설사, 회사채 발행 '절벽'
회사채시장에서 건설회사들의 자금 조달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해외 사업장 부실 우려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반년 가까이 끊겼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지난해 11월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산업개발(신용등급 A0)을 끝으로 5개월째 회사채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삼성물산(AA+) 포스코건설(A+) 대우 GS 롯데건설(이상 A0) SK건설(A-) 한화건설(BBB+) 등이 총 1조5000억원어치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를 맞았지만 모두 차환(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 중 일부는 차환을 추진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발행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만기가 된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면 빚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유사시에 쓸 수 있는 ‘실탄’도 그만큼 줄어 유동성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건설사의 회사채(사모 포함) 발행 규모는 2011년 6조3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급감해 지난해 1조5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BBB+) 등이 해외 건설 현장에서 생긴 부실로 잇따라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건설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데 따른 결과다.

그나마 지난해 대림산업(A+) 롯데 SK 한화건설 등이 총 1조5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저금리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부 기관투자가의 매입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선 그런 수요조차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2013년에 이어 지난해 또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이후 투자 대상 업종에서 ‘건설’을 빼버린 기관투자가가 많다”고 전했다.

시장 일각에선 시공능력 기준 10대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업체는 한두 곳밖에 남지 않았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