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탈자' 임수정
"꿈을 통해 시간 넘나들며 살인범 찾아가는 판타지"
'해어화'의 한효주
"조선시대 기생은 문화계승자…엔터테이너 같은 존재였죠"
○‘시간이탈자’의 임수정
![](https://img.hankyung.com/photo/201604/AA.11513712.1.jpg)
영화는 1983년 1월1일, 고교 교사 지환(조정석 분)이 학교 동료이자 연인인 윤정(임수정 분)에게 청혼하던 중 강도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2015년 1월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분)도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32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병원으로 실려간 지환과 건우는 살아남은 뒤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한다. 건우는 지환의 꿈에 나타난 윤정과 닮은 여성을 거리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저는 1인 2역이에요. 세월을 뛰어넘어 두 남자와 사랑을 주고받다가 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남자들이 그 상황을 모면하도록 사투를 벌이게 하는 역할이죠. 이 영화에서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달라진다는 설정은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줍니다. 주어진 삶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자신도 시간이 갈수록 배우란 직업에 만족한다고 했다.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누구는 글로, 누구는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지만, 저는 캐릭터에 일부를 담아냅니다. 이걸 못한다면 불행했을 거예요. 영화 현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는 배우로서 대중적 인기와 평단의 평가, 흥행 등 3박자를 갖춘 작품을 하나라도 남기면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흥행 규모는 1000만명 이상이 돼야 한단다. 지금은 시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해어화’의 한효주
![](https://img.hankyung.com/photo/201604/AA.11513714.1.jpg)
한효주는 이 장면을 촬영할 때 부담감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화장실 끝방에 가서 소율의 감정을 느끼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더니 바로 곁에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낌이 다가왔다고 했다.
“예전의 기생은 요즘처럼 선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문화를 계승하는 사람이었어요. 정가를 배우거나 춤 악기를 배우는 예인 말입니다. 현재 매니지먼트사의 연예인과 비슷해요. 하지만 극중에서 일본인 경무국장에게 술을 따르면서 창녀가 아닌지 고민을 시작하게 되죠.”
그는 소율 역에 연민을 느껴 촬영 기간 내내 괴로웠다고 한다. 막바지에는 귀가해 술을 마신 뒤 침대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단다. 술을 마시면 우는 편인데, 소리 지르기는 처음이었다.
“영화에선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연애했던 남자에게 상처받은 적이 있어요. 남자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열어주지 않았죠. 그렇다고 적극 대시하는 편은 아니에요. 이상형은 바뀌었어요. 어릴 땐 매력 있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이해심과 배려심 많은 남자를 원해요.”
그는 “지금까지 너무 복잡하게 살아왔다”며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읽은 뒤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책, CD, DVD, 옷, 신발 등 20대를 함께 보낸 물건들을 하나씩 버렸으며 뭘 줄여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것. 하지만 작품 노트나 현장 사진 등 자신이 일한 흔적들은 자식 같은 느낌이 들어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