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목표 달성과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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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주 < 한양대 국제병원장 hiyoon@hanyang.ac.kr >
“우리 비행기, 안전하게 착륙했습니다만 승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
비행기가 착륙할 때면 승무원의 기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이미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곤 한다.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심하게 요동칠 땐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안전벨트를 하면서 땅에 닿는 순간엔 ‘안전벨트는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런 흡입제 치료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지금은 숨도 안 차고 편안한데요.” 필자가 환자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고통스러운 증상이 있을 땐 의사 지시에 잘 따르지만 증세가 호전되면 환자는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악화돼 병원에 온다. 회복되더라도 일정 기간 꾸준한 치료로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걸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면 그 이후에는 소홀해지기 쉬운 것이다.
필자가 근무 중인 한양대병원도 1972년 개원 후 1980년대까지 ‘동양 최고의 병원’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후 주변에 대규모 병원이 속속 세워지고,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류를 반영한 연구와 적절한 투자가 지연돼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수년째 새롭게 도약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던 김연아 선수를 떠올린다. 자만하지 않고 항상 끊임없이 노력하며 연습했기에 ‘피겨의 여왕’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지도한 브라이언 오서 감독이 쓴 책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에선 그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시기가 다가왔다. 모두 최선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후보들이 당선되기 위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약을 걸고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당선 이후엔 공약을 잊은 채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본인이 그 자리에 적임자라는 사실을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보여주길 바란다.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달성 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그 이상의 정성이 필요하다.
윤호주 < 한양대 국제병원장 hiyoon@hanyang.ac.kr >
비행기가 착륙할 때면 승무원의 기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이미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곤 한다.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심하게 요동칠 땐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안전벨트를 하면서 땅에 닿는 순간엔 ‘안전벨트는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런 흡입제 치료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지금은 숨도 안 차고 편안한데요.” 필자가 환자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고통스러운 증상이 있을 땐 의사 지시에 잘 따르지만 증세가 호전되면 환자는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악화돼 병원에 온다. 회복되더라도 일정 기간 꾸준한 치료로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그걸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면 그 이후에는 소홀해지기 쉬운 것이다.
필자가 근무 중인 한양대병원도 1972년 개원 후 1980년대까지 ‘동양 최고의 병원’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후 주변에 대규모 병원이 속속 세워지고,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류를 반영한 연구와 적절한 투자가 지연돼 예전의 명성을 이어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수년째 새롭게 도약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던 김연아 선수를 떠올린다. 자만하지 않고 항상 끊임없이 노력하며 연습했기에 ‘피겨의 여왕’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지도한 브라이언 오서 감독이 쓴 책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에선 그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시기가 다가왔다. 모두 최선을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후보들이 당선되기 위해 지역주민을 위한 공약을 걸고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당선 이후엔 공약을 잊은 채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경우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본인이 그 자리에 적임자라는 사실을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보여주길 바란다.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달성 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그 이상의 정성이 필요하다.
윤호주 < 한양대 국제병원장 hiyoon@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