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 본명 안연석의 욕망에 대하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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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 윤우 役 유연석 인터뷰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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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연석, 본명 안연석(33). 날것 그대로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를 선호한다. 생경한 도심에서 느긋이 부유하는 미풍을 찾는 아날로그적인 부류다.
어쩌면 유연석이 영화 '해어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쳐왔고, 주변 환경에 예민하며, 상대방의 눈을 보고 감정을 교류하고자 하는 조금은 민감한 배우. 유쾌할 때도 있었지만 진지할 때가 더 많았다. 유연석이 털어놓은 '해어화' 그리고 안연석의 이야기.
유연석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 했다. 누구나 쨍 하고 볕들 날은 온다. 유연석의 배우 인생도 그랬다. 영화 '늑대소년'(2012), '건축학개론'(2012)으로 트인 물꼬는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방점을 찍게 된다.
'칠봉이'라는 무서운 유명세에 안주할 법도 한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영화 '제보자', '상의원'(2014), '은밀한 유혹', '뷰티인사이드', 드라마 '맨도롱 또똣'(2015), 올해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까지. 사실 전작을 넘어서는 흥행은 없었지만, 배우로서 포지셔닝은 공고해진 듯하다. 유연석은 '해어화'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해어화'는 가수가 되고 싶은 두 기생, 소율(한효주), 연희(천우희)의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는 영화다. 윤우는 첫사랑 소율을 뒤로하고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부여하는 연희를 '뮤즈'로 여기게 되고 결국 사랑한다. 소율이 그토록 부르고 싶어 했던 윤우의 곡 '조선의 마음'도 연희에게로 간다.
나쁜 남자다. 그러나 윤우를 목놓아 '나쁜 놈'이라 치부할 수는 없었다. 연희에 대한 순애보는 결국 관객을 설득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자칫했다가는 남자 배우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법도 한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유연석은 되려 '내가 보이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는 치졸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요즘 여성 캐릭터가 끌고 나가는 영화가 적지 않나. 분명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박흥식 감독은 '협녀, 칼의 기억', '인어공주'와 같은 여자들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 왔다. 한효주, 천우희 두 배우도 '뷰티인사이드'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음악'이 가진 힘이었다. 박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에 1940년대의 음악이 더해지면 얼마나 흥미로운 영화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해어화'의 뚜껑을 열어보니 유연석은 예상치 못 했던 반응에 당황한 눈치다.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절대 윤우가 악역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각자의 절실한 사연이 있었다. 윤우가 연희를 만나 '뮤즈'의 존재감을 체험하고, 사랑에 빠지는 전개가 조금은 급하게 편집이 됐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초중반부는 한효주, 천우희가 복사꽃 같은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화려한 경성의 모습과 '모던보이'를 연상케 하는 유연석의 아웃핏도 관객의 이목을 즐겁게 한다. 유연석의 말마따나 아쉬운 점은, 연희가 유일한 동무였던 소율을 뒤로하고 윤우와의 순애보적인 사랑에 빠지는 부분이다. 유연석의 입으로 생략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윤우가 연희를 데려다주는 신이 있었다. 연희 아버지는 돈 때문에 연희를 기생학교 '대성권번'에 팔아넘긴다. 비참한 꼴을 보이면서도 연희는 "이런 것이 조선의 현실"이라면서 윤우가 '조선의 마음'이라는 곡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게 된다. 조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 말이다."
그 스스로도 '결과적으로는 사랑이 변해버리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했다. 그러나 윤우는 '본인의 마음'에 솔직한 남자라고 두둔했다.
"윤우는 아티스트다.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곡에 이입한다. 소율과의 인연이 연희라는 존재로 인해 틀어졌지만, 결국 내 노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끝까지 지키려고 발버둥 쳤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질타하지 않았나. 변해버린 자신과 소율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윤우가 '나쁜 남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 데는 알고 보니 유연석도 한 몫했다. 극중 윤우의 시선으로 소율과 연희의 듀엣 무대를 지켜보는 신이 있다. 소율에 집중했던 포커스는 자연스럽게 연희로 이동한다. 변심해버린 남자의 심경을 대변한 것이다.
"윤우는 자신의 시선이 누구에게로 머무는가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본인의 마음을 묻고 싶었을 테니. 시나리오상에서는 윤우가 뒤돌아섰다가 무대 위 연희를 보게 된다.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윤우 본인의 의지에 의해 시선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율과 연희가 노래를 부르는 중 자리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연희에게 시선이 쏠리게 되는 것으로 말이다. 고정된 시선을 통해 연희에게 필연적인 운명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예술가에게 뮤즈의 존재감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뮤즈라는 존재 없이 예술은 한 치 앞도 진보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유연석에게도 뮤즈가 있을까.
"뮤즈를 예술적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한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특정 인물이라고 꼽을 수는 없다. 그저 어떤 공간에 느껴지는 공간감이 나에게 다른 에너지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촬영장과 같이 넓은 장소 혹은 무대처럼 울리는 곳은 공간감이 다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예쁜 것, 멋있는 것은 재미없더라.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 찍게 된다."
'해어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그린 영화다. 재능에 대한 질투, 사랑에 대한 질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극적인 욕망이다. 유연석에게 '욕망'에 대해 물었을 때 전혀 예측하지 못한 대답을 듣게 됐다.
"본명은 안연석이다. 유연석이라는 배우의 욕망보다 한 인간으로서 욕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은 개인의 삶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공인이기에, 연예인이기에 개인의 모습을 포기하라고 한다. 대중의 시선을 받는 배우로서 당연히 인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유연석이 아닌 자연인 안연석의 삶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내 유일한 욕망이다." (끝)
▶ 유연석에 물었다, '김지원과 열애설' 터진 그날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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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 사진=변성현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어쩌면 유연석이 영화 '해어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쳐왔고, 주변 환경에 예민하며, 상대방의 눈을 보고 감정을 교류하고자 하는 조금은 민감한 배우. 유쾌할 때도 있었지만 진지할 때가 더 많았다. 유연석이 털어놓은 '해어화' 그리고 안연석의 이야기.
유연석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 했다. 누구나 쨍 하고 볕들 날은 온다. 유연석의 배우 인생도 그랬다. 영화 '늑대소년'(2012), '건축학개론'(2012)으로 트인 물꼬는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방점을 찍게 된다.
'칠봉이'라는 무서운 유명세에 안주할 법도 한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영화 '제보자', '상의원'(2014), '은밀한 유혹', '뷰티인사이드', 드라마 '맨도롱 또똣'(2015), 올해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까지. 사실 전작을 넘어서는 흥행은 없었지만, 배우로서 포지셔닝은 공고해진 듯하다. 유연석은 '해어화'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해어화'는 가수가 되고 싶은 두 기생, 소율(한효주), 연희(천우희)의 감정선을 따라 흘러가는 영화다. 윤우는 첫사랑 소율을 뒤로하고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부여하는 연희를 '뮤즈'로 여기게 되고 결국 사랑한다. 소율이 그토록 부르고 싶어 했던 윤우의 곡 '조선의 마음'도 연희에게로 간다.
나쁜 남자다. 그러나 윤우를 목놓아 '나쁜 놈'이라 치부할 수는 없었다. 연희에 대한 순애보는 결국 관객을 설득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자칫했다가는 남자 배우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법도 한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유연석은 되려 '내가 보이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는 치졸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요즘 여성 캐릭터가 끌고 나가는 영화가 적지 않나. 분명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박흥식 감독은 '협녀, 칼의 기억', '인어공주'와 같은 여자들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 왔다. 한효주, 천우희 두 배우도 '뷰티인사이드'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음악'이 가진 힘이었다. 박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에 1940년대의 음악이 더해지면 얼마나 흥미로운 영화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해어화'의 뚜껑을 열어보니 유연석은 예상치 못 했던 반응에 당황한 눈치다. "나쁜 놈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절대 윤우가 악역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각자의 절실한 사연이 있었다. 윤우가 연희를 만나 '뮤즈'의 존재감을 체험하고, 사랑에 빠지는 전개가 조금은 급하게 편집이 됐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초중반부는 한효주, 천우희가 복사꽃 같은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화려한 경성의 모습과 '모던보이'를 연상케 하는 유연석의 아웃핏도 관객의 이목을 즐겁게 한다. 유연석의 말마따나 아쉬운 점은, 연희가 유일한 동무였던 소율을 뒤로하고 윤우와의 순애보적인 사랑에 빠지는 부분이다. 유연석의 입으로 생략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윤우가 연희를 데려다주는 신이 있었다. 연희 아버지는 돈 때문에 연희를 기생학교 '대성권번'에 팔아넘긴다. 비참한 꼴을 보이면서도 연희는 "이런 것이 조선의 현실"이라면서 윤우가 '조선의 마음'이라는 곡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게 된다. 조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 말이다."
그 스스로도 '결과적으로는 사랑이 변해버리는 사람'이라고 인정을 했다. 그러나 윤우는 '본인의 마음'에 솔직한 남자라고 두둔했다.
"윤우는 아티스트다.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곡에 이입한다. 소율과의 인연이 연희라는 존재로 인해 틀어졌지만, 결국 내 노래,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끝까지 지키려고 발버둥 쳤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질타하지 않았나. 변해버린 자신과 소율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윤우가 '나쁜 남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 데는 알고 보니 유연석도 한 몫했다. 극중 윤우의 시선으로 소율과 연희의 듀엣 무대를 지켜보는 신이 있다. 소율에 집중했던 포커스는 자연스럽게 연희로 이동한다. 변심해버린 남자의 심경을 대변한 것이다.
"윤우는 자신의 시선이 누구에게로 머무는가를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본인의 마음을 묻고 싶었을 테니. 시나리오상에서는 윤우가 뒤돌아섰다가 무대 위 연희를 보게 된다.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윤우 본인의 의지에 의해 시선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율과 연희가 노래를 부르는 중 자리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연희에게 시선이 쏠리게 되는 것으로 말이다. 고정된 시선을 통해 연희에게 필연적인 운명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예술가에게 뮤즈의 존재감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뮤즈라는 존재 없이 예술은 한 치 앞도 진보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유연석에게도 뮤즈가 있을까.
"뮤즈를 예술적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한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특정 인물이라고 꼽을 수는 없다. 그저 어떤 공간에 느껴지는 공간감이 나에게 다른 에너지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촬영장과 같이 넓은 장소 혹은 무대처럼 울리는 곳은 공간감이 다르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예쁜 것, 멋있는 것은 재미없더라.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 찍게 된다."
'해어화'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그린 영화다. 재능에 대한 질투, 사랑에 대한 질투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극적인 욕망이다. 유연석에게 '욕망'에 대해 물었을 때 전혀 예측하지 못한 대답을 듣게 됐다.
"본명은 안연석이다. 유연석이라는 배우의 욕망보다 한 인간으로서 욕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은 개인의 삶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공인이기에, 연예인이기에 개인의 모습을 포기하라고 한다. 대중의 시선을 받는 배우로서 당연히 인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유연석이 아닌 자연인 안연석의 삶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내 유일한 욕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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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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