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계기로 공직선거법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하는 ‘규제과잉’ 속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편법’이 판치고 있어서다.

각 정당과 후보자는 사전투표 기간(8~9일)을 대비해 지난 7일부터 투표 독려 현수막을 전국 각지에 대대적으로 내걸었다. 투표 독려 홍보물은 특정 정당명을 사용하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명시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문제다. 각 정당과 후보자는 정당의 로고만 뺀 채 정당의 고유 색깔을 넣어 누가 봐도 어느 당에서 현수막을 걸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새누리당은 빨간색 현수막을, 더불어민주당은 상징색인 파란색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현수막 제작 시 제한규정에 ‘색’까지 규제하지 않은 데 따른 편법이다.

후보자를 위한 선거 홍보용 현수막은 선거구 내 읍·면·동별로 1개만 걸 수 있는 반면, 투표 독려 현수막은 제한 없이 걸 수 있기 때문에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이 또 다른 편법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또 선거사무소를 찾는 유권자, 지지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를 ‘주류를 제외한 다과·떡·김밥·음료 등’으로 한정했다. 식사 접대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먹거리의 종류까지 지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고양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김밥 대신 가격이 비슷한 유부초밥을 대접하려다가 “김밥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선관위의 지적을 받았다. 또 다과 대접 시 젓가락을 함께 제공하면 ‘식사 접대’로 간주해 불법선거운동이 되기 때문에 모든 선거사무소가 젓가락 대신 이쑤시개를 내놓는다.

후보자들이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 행사를 실내에서 열 때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할 수 없게 한 조항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단속이 어려워 사문화된 상태다.

반면 꼭 필요한 규제가 법 내용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후보 선거사무소와 각 정당의 선거사무소 등 건물 외벽에 거는 홍보 현수막은 공직선거법상 크기 제한이 없다. 이를 악용해 건물주와 합의해 외벽 전체를 선거 현수막으로 뒤덮는 사례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선거사무실과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임차인은 현수막 때문에 일조권을 침해받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