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휴스턴CC vs 남한산성CC, 골프장 기사 대기실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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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휴스턴', 수면실·휴게실 있는 '휘슬링 락'
온천 티켓 주는 '웰링턴CC' 등 호텔급 대기실 갖춘 골프장
'남한산성', 용인 N,H,K 등 명성과 달리
열악한 기사 대기실로 악명…'기사는 클럽하우스 금지'도
온천 티켓 주는 '웰링턴CC' 등 호텔급 대기실 갖춘 골프장
'남한산성', 용인 N,H,K 등 명성과 달리
열악한 기사 대기실로 악명…'기사는 클럽하우스 금지'도
골프장 일일 대리기사 사이에선 그들만의 ‘하마평(下馬評)’이 오간다. 첫 번째는 차 뒷좌석에 모시는 ‘고객’에 대한 품평이다.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갑질류’냐 아니냐가 골프장 기사대기실이나 인터넷 친목카페 등을 통해 널리 퍼지곤 한다. 한 대리기사는 “기사들 사이엔 ‘아무개 회사 임원 콜은 받지 말라’는 식의 블랙리스트가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격(格)과 등급도 여기서 매겨진다.
두 번째는 기사들이 적게는 7시간, 많게는 10시간씩 머무는 대기실 공간에 대한 것이다. 좋고 나쁨에 따라 ‘휘트니 휴스턴’ ‘남한산성’ 같은 말을 붙여 은밀히 공유하기도 한다. 미국 유명 여가수 이름을 딴 ‘휘트니 휴스턴’은 휘슬링락(춘천), 트리니티(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여주), 웰링턴CC(이천)를 일컫는 말이다. ‘을(乙)’로 취급받기 일쑤인 대기 기사를 ‘회원급’으로 돌보는 우수 골프장 ‘베스트 4’다.
◆“기사도 고객” 눈높이 서비스 입소문
휘슬링락 대기실은 ‘호텔급’으로 회자된다. 기사들이 ‘3종 세트’로 부르는 ‘휴게실+수면실+샤워실’에 야외 전용 테라스까지 갖췄다. 휴게실에선 푹신한 소파에 앉아 대형 LED TV를 보거나 데스크톱 컴퓨터로 귀가 때의 날씨와 교통 상황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수면실에선 깨끗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할 수도 있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 전용 테라스 카페에서 무료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어도 된다.
2011년 개장 때부터 받아온 ‘영양식’ 점심값이 6년째 5000원이다. 입소문이 나다 보니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주변 골프장을 방문한 기사들까지 차를 몰고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골프장 관계자는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아 사정을 설명하고 돌려보내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순위가 높아진 곳은 2013년 개장한 웰링턴CC다. 우선, 아침 혹은 점심 식사 한 끼가 무료다. 골프장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온천 이용도 주말엔 공짜다. 한 대리기사는 “10년간 대리기사로 일했지만 온천이용권을 선물로 받아 본 게 처음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유명한 트리니티는 수면실, 샤워실, 영화감상실 등을 별도로 갖추고 고객서비스 전담요원을 배치해 관리한다. 최신 영화를 맘대로 골라 볼 수 있는 영화감상실이 특히 인기가 높다는 게 트리니티 측 설명이다. 해슬리나인브릿지도 샤워실, 수면실은 물론 바둑판, 장기판에 탁구장까지 마련돼 있다. 정철수 지배인은 “대리기사의 휴식시간 만족도가 내장객의 안전한 귀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휴게실 인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겉과 속’ 다른 유명 골프장 수두룩
하지만 이들 골프장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경우다. 대다수 골프장의 기사 대기실은 청소조차 잘 안돼 있어 ‘고시원보다 못하다’는 기사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남한산성’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경기 용인의 N과 H, K, 고양의 또 다른 H골프장이 악명 높다. 이른바 ‘워스트(worst) 4’다.
경력 5년차인 한 대리기사는 “겉은 유명한 회원제 골프장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침구류나 난방시설조차 없는 곳이 대다수”라며 “기사들이 베개나 무릎담요, 일회용 커피를 챙겨 다니는 이유가 차라리 차에서 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골프장은 엄격한 기사 출입금지로 악명이 자자하다. 다른 대리기사는 “고객의 보스턴백을 받으려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는데도 복장이 불량하다며 막무가내로 쫓아내 모멸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두 번째는 기사들이 적게는 7시간, 많게는 10시간씩 머무는 대기실 공간에 대한 것이다. 좋고 나쁨에 따라 ‘휘트니 휴스턴’ ‘남한산성’ 같은 말을 붙여 은밀히 공유하기도 한다. 미국 유명 여가수 이름을 딴 ‘휘트니 휴스턴’은 휘슬링락(춘천), 트리니티(여주), 해슬리나인브릿지(여주), 웰링턴CC(이천)를 일컫는 말이다. ‘을(乙)’로 취급받기 일쑤인 대기 기사를 ‘회원급’으로 돌보는 우수 골프장 ‘베스트 4’다.
◆“기사도 고객” 눈높이 서비스 입소문
휘슬링락 대기실은 ‘호텔급’으로 회자된다. 기사들이 ‘3종 세트’로 부르는 ‘휴게실+수면실+샤워실’에 야외 전용 테라스까지 갖췄다. 휴게실에선 푹신한 소파에 앉아 대형 LED TV를 보거나 데스크톱 컴퓨터로 귀가 때의 날씨와 교통 상황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수면실에선 깨끗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할 수도 있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 전용 테라스 카페에서 무료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어도 된다.
2011년 개장 때부터 받아온 ‘영양식’ 점심값이 6년째 5000원이다. 입소문이 나다 보니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주변 골프장을 방문한 기사들까지 차를 몰고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골프장 관계자는 “자리가 없을 때가 많아 사정을 설명하고 돌려보내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순위가 높아진 곳은 2013년 개장한 웰링턴CC다. 우선, 아침 혹은 점심 식사 한 끼가 무료다. 골프장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온천 이용도 주말엔 공짜다. 한 대리기사는 “10년간 대리기사로 일했지만 온천이용권을 선물로 받아 본 게 처음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유명한 트리니티는 수면실, 샤워실, 영화감상실 등을 별도로 갖추고 고객서비스 전담요원을 배치해 관리한다. 최신 영화를 맘대로 골라 볼 수 있는 영화감상실이 특히 인기가 높다는 게 트리니티 측 설명이다. 해슬리나인브릿지도 샤워실, 수면실은 물론 바둑판, 장기판에 탁구장까지 마련돼 있다. 정철수 지배인은 “대리기사의 휴식시간 만족도가 내장객의 안전한 귀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휴게실 인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겉과 속’ 다른 유명 골프장 수두룩
하지만 이들 골프장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경우다. 대다수 골프장의 기사 대기실은 청소조차 잘 안돼 있어 ‘고시원보다 못하다’는 기사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남한산성’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경기 용인의 N과 H, K, 고양의 또 다른 H골프장이 악명 높다. 이른바 ‘워스트(worst) 4’다.
경력 5년차인 한 대리기사는 “겉은 유명한 회원제 골프장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침구류나 난방시설조차 없는 곳이 대다수”라며 “기사들이 베개나 무릎담요, 일회용 커피를 챙겨 다니는 이유가 차라리 차에서 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골프장은 엄격한 기사 출입금지로 악명이 자자하다. 다른 대리기사는 “고객의 보스턴백을 받으려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는데도 복장이 불량하다며 막무가내로 쫓아내 모멸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