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월드 콘퍼런스’가 지난 6~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테드 졸러 미국 중소기업학회장(왼쪽부터),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살바토레 제키니 OECD 중소기업 및 기업가 정신 워킹그룹 의장,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이 8일 특별좌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016년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월드 콘퍼런스’가 지난 6~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테드 졸러 미국 중소기업학회장(왼쪽부터),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살바토레 제키니 OECD 중소기업 및 기업가 정신 워킹그룹 의장,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이 8일 특별좌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청년희망재단,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한국지부, 중소기업청, 한국경제신문사 등의 공동 주최로 최근 열린 ‘2016년 기업가 정신 중소기업 월드 콘퍼런스’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산업 고도화와 융복합 시대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혁신적인 기업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모색하는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살바토레 제키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소기업 및 기업가 정신 워킹그룹 의장, 테드 졸러 미국 중소기업학회장이 참석했다. 김기찬 ICSB 회장(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이 사회를 맡았다. 참석자들은 “세계화와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통해 벤처기업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M&A 활성화는 혁신적 창업의 전제조건"
▷사회(김기찬 ICSB 회장)=최근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국내 기업가는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 창업 1세대 기업가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이다. 창업 2세대 기업가는 2000년 전후 창업한 벤처기업인이다. 최근엔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무장한 창업 3세대 기업가가 배출되고 있다. 이들이 뛰놀 수 있는 기업 생태계가 갖춰져야 우수 인재가 창업전선에 더 뛰어들게 될 것이다.

▷사회=실리콘밸리 등 창업이 활성화된 미국은 어떤가.

▷테드 졸러 미국 중소기업학회장=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뿐 아니라 기존 기업의 내부 구성원까지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독려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는 고객, 투자자, 지원기관 등과 연결돼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상생관계가 갖춰져 있다. 이익만 추구하는 사업모델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

▷사회=한국형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는 M&A가 필수적이다. M&A를 통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주 청장=최근엔 창업 3세대 기업가를 양성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창업 이후가 더 큰 문제다. 기업이 도약하는 방법은 크게 상장(IPO)과 M&A다. 한국은 창업기업의 95% 이상이 IPO에 매달린다. IPO의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대기업 등이 스타트업을 활발하게 인수하는 토양이 아쉽다. 기술에 대해 제값을 쳐주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도 M&A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사회=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 생태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살바토레 제키니 OECD 중소기업 및 기업가 정신 워킹그룹 의장=증기기관(1차 산업혁명), 전기(2차), 컴퓨터(3차)에 이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업가 정신의 르네상스 시대가 될 것이다. OECD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전체 고용의 75%를 창업한 지 5년 미만의 스타트업이 담당했다. 기업가 정신은 일자리 창출의 엔진이다. 우리가 기업가 정신을 지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정부는 스타트업이 기업 생태계에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새로운 기업가들이 시장에 쉽게 진입하도록 어떻게 도와야 하나.

▷주 청장=세계화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 창업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씨 뿌리는 데 주력하는 기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가려고 한다.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등 창업기업들이 활용할 만한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기업가 정신이 활성화하면 대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제키니 의장=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은 서로 네트워크, 즉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협력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생하며 함께 발전하는 동반성장 관계다.

▷졸러 회장=과거 실리콘밸리는 자본만으로 기업을 키웠지만 요즘은 전략적인 투자로 기업을 성장시킨다. 애플 구글 테슬러 같은 기업은 ‘혁신’이 필요하면 스타트업을 인수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 대기업도 스타트업을 잘 활용해 상생관계를 형성해가야 한다.

▷주 청장=창업 3세대 기업가 정신은 기업 생태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해외로 진출하면 글로벌 생태계와 한국의 기업 생태계가 결합해 또 다른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창업 3세대는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기업가여야 한다. 존경받는 기업가를 많이 배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