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부동산신탁·건자재업체 줄잇는 상장
마켓인사이트 4월11일 오후 3시15분

올 들어 건설 및 부동산 관련 회사가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신탁, 콘크리트파일 업계의 대표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찾아온 건설경기 호황을 누린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앞세워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건설경기가 지난해를 정점으로 꺾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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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은 각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신탁사는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을 위임받아 개발과 관리를 통해 가치를 높이는 회사다. 한국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은 업계에서 자산 규모 기준으로 각각 2위와 4위 업체다. 부동산신탁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콘크리트파일 제조업체인 대림씨엔에스와 동양파일은 올 들어 상장을 마무리했다. 콘크리트파일은 지반이 건물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기초 건자재다. 업계 1위인 대림씨엔에스와 2위인 동양파일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1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상장했다. 대림씨엔에스는 유가증권시장, 동양파일은 코스닥시장으로 상장 시장은 달랐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동종업체가 거의 같은 시기에 기업을 공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지난해 건설경기 호조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택 분양 물량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면 실적이 좋을 때 상장해야 한다”며 “실적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상장의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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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눈길은 시큰둥한 편이다. ‘반짝 실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난해의 건설경기 활황이 근본적 내수 회복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 완화와 주택시장의 대기수요 폭발이라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주택 분양 물량이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 인허가, 분양물량 모두 2014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대림씨엔에스와 동양파일은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림씨엔에스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85 대 1,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3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양파일은 수요예측에서 1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공모가가 희망 범위(1만~1만1600원) 하단에서 결정됐다. 올 들어 공모주 청약을 받은 기업의 청약 경쟁률이 최소 세 자릿수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주가도 신통치 않다. 대림씨엔에스와 동양파일 주가는 상장 후 한 번도 공모가를 넘지 못했다. 대림씨엔에스 공모가는 2만7700원이었지만 11일 종가는 2만6100원이었다. 1만원에 주식을 공모한 동양파일은 954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냉각된다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콘크리트파일 기업들은 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제품군을 넓히며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보다 분석 능력이 뛰어난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에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