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흥부가 완창…"연극 같은 판소리 기대하세요"
“18년 만에 흥부가를 완창합니다. 그동안 저는 ‘국악 신동’에서 청년 소리꾼으로 자랐어요. 이번 공연에선 관객과 소통하는 젊은이의 소리를 들려드릴 겁니다.”

소리꾼 유태평양 씨(24·사진)는 한때 국악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8년 만 6세에 3시간30분 동안 흥부가를 완창했다. 혼자서 1인 다역을 맡고, 공연 중간 재담을 섞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식 공연이었다. 아직 깨지지 않은 최연소 완창 기록이다.

유씨가 오는 2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18년 만에 흥부가를 완창한다. 1984년 시작한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공연 사상 최연소 기록이다. 지난 11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 “국립창극단 입단 후 관객 앞에 서는 첫 번째 정식 무대”라며 “소리에 인생을 건 젊은 예술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998년엔 판소리 내용을 달달 외워 노래하기 바빴습니다. 당시 글을 읽지 못해 조통달 명창의 녹음을 듣고 따라 하는 식으로 반복학습을 했어요. 이제는 극의 흐름과 감정을 이해하고 노래합니다. 관객과 교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는 아기 때부터 국악을 접했다. 국악을 전공한 아버지(유준열)가 조통달 명창에게 소리를 배울 때 아들을 데려갔다. 조 명창이 수업 때 소리를 하면 옆에서 음을 흥얼거리고, 아쟁을 켜면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 말이 터진 네 살 때부터 정식으로 판소리를 배웠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세상에 음악은 국악만 있는 줄 알았을 정도”라며 “소리 외에 다른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신동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변성기가 문제였다. 여자 소리꾼과도 함께 노래하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목을 쓰기 힘들어지자 다른 음악 공부에 나섰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학길에 올라 4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타악을 배웠다. 그는 이 시기가 국악이 아니라 다른 음악으로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번 공연은 지금껏 쌓은 소리를 보여주는 시험의 장”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공연한 명창 박초월(1917~1983)류 미산제 흥부가를 다시 올린다. 널리 알려진 동편제 흥부가와는 다르다. 계면조의 구슬픈 창법, 독특한 박자 부침새 등이 특징이다.

“예전에 완창한 곡을 다시 선보인다고 생각하니 걱정과 기대가 겹칩니다. 어린 시절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 달 전부터는 술도 끊었어요. 창극단 연습실과 집을 오가며 노력 중입니다.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으니까요.”

공연은 젊은 소리꾼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꾸몄다. 소리 중간에는 재기발랄한 재담을 삽입했다. 어린 시절 완창 무대와 관련한 에피소드와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극적인 요소도 살렸다. 흥부 형제의 대화 장면에서는 공손한 흥부와 거만한 놀부를 빠르게 바꿔가며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유씨는 “연극적 요소로 공연의 호흡을 조절하며 활기찬 무대를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창 무대가 끝나면 국립창극단 작품 연습에 합류할 예정이다. 쟁쟁한 단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소리와 연기력을 발전시킬 기회다. 이서정 국립창극단 PD는 “오는 6월 배비장전 공연이 유씨의 창극단 데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아직 역할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씨는 “그간 겪은 다양한 음악 경험을 자산으로 세계에서 통하는 국악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판소리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국악은 어르신들만 좋아한다는 이미지를 깨려는 젊은 국악인이 많아요. 시대에 맞는 창작물을 내놓고 싶습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제 친구들만 봐도 국악을 신기하게 여기고 호기심을 갖거든요.”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