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에 업계 1위 회사인 한솔제지가 반기를 들었다. 인쇄용지 수요는 줄었지만 부가가치가 큰 특수지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제지회사 수익을 좌우하는 환율과 유가, 국제 펄프가격 등의 시장 환경도 모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紙紙부진? 환율·유가·펄프값 모두 한솔제지 편
○성장성 부각에 외국인 매수 몰려

한솔제지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13.59% 올랐다. 12일 종가는 2만3400원.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각별하다. 외국인은 지난 2월18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한솔제지를 사들이고 있다. 올해 외국인(163억원)과 기관(129억원)의 동시 순매수 종목이기도 하다.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제품 경쟁력과 유리한 시장 환경에 따른 이익 창출력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한솔제지의 시장점유율은 인쇄용지(16.8%)보다 산업용지(40.4%)에서 압도적이다. 고부가가치 종이로 수익 극대화에 나선 한솔제지가 공을 들여온 제품 분야는 감열지다. 감열지는 종이 표면에 열을 가하면 글씨가 나타나는 종이다. 마트 영수증이나 은행 대기 순번표 등에 쓰인다.

한솔제지는 2013년 인쇄용지 설비 일부를 감열지 생산설비로 바꿨다.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3년 유럽 감열지 유통회사 샤데즈, 2014년 네덜란드 업체인 텔롤을 인수해 유럽 시장을 공략해왔다”고 말했다.

제지업에 중요한 시장 변수들도 우호적이어서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 한솔제지는 생산 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어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유가와 국제 펄프가격은 원재료비를 결정한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해 수출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유가도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좋은 조건이고 펄프가격도 하락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t당 705달러였던 펄프가격은 올 3월 기준 565달러까지 떨어졌다. 고정한 한솔제지 기업설명(IR)팀장은 “펄프가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 정도로 10달러 하락하면 연간 60억원 정도의 수익 개선 효과가 있다”며 “세계 경기 부진으로 펄프 등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솔제지의 예상 영업이익은 1047억원으로 지난해(750억원)보다 40%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남은 숙제

지난해 1월 투자부문(한솔홀딩스)과 사업부문(한솔제지)으로 인적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된 것은 주가에 안정성을 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분할 이전에는 한솔제지가 한솔홈데코 한솔개발 한솔라이팅 등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함으로써 그룹의 실질적인 모회사 역할을 수행했다”며 “지주체제 전환 후에는 해외법인만 보유하게 돼 계열 관련 직접적인 부담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개별 기준 7917억원에 달하는 순차입금에 부채비율(296%)도 높아 재무구조 개선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고 팀장은 “영업현금으로 연간 700억~1000억원의 차입금 상환이 가능하다”며 “당분간 대규모 추가 투자계획도 없어 부채비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