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문어잡이가 한창이다. 문어를 잡는 방법은 두 가지. 낚시와 통발이다. 낚시 문어는 커다란 바늘에 돼지비계를 미끼로 쓴다. 작은 어선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잡으면 통발 문어보다 살이 부드럽고 맛도 좋다. 통발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단단해진다. 강원 고성 문어를 최상으로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접경 지역이라 통발을 놓기 어려워 거의 다 낚시로 잡는다.

같은 낚시 문어라도 곧바로 삶아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수조에 오래 두면 향미가 떨어진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바닷가 사람들은 문어를 삶은 뒤 사발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사발 문어’를 제일로 친다. 이 정도의 중간치 문어는 삶아서 한참 둬도 그리 단단해지지 않는다. 숙회 요리는 양념이 강한 초고추장보다 식초나 레몬, 참기름과 함께 먹는 게 더 좋다.

문어에는 타우린이 풍부해서 감칠맛이 깊고 쫄깃하다. 작은 문어를 살짝 데쳐 낸 뒤의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식감 또한 비길 데 없다. 숙회뿐만 아니라 회, 튀김, 조림, 볶음, 탕까지 요리법도 여러 가지다. 내륙 지역에선 말려서 오래 두고 먹기도 한다. 몸집이 작은 ‘왜문어’를 말린 걸 피문어라고 부른다. 껍질을 벗겨 말린 건 백문어라고 한다.

문어의 최대 소비국은 일본이지만, 우리나라와 지중해 연안국들도 많이 즐긴다.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문어를 통째로 튀겨서 먹는다. 썰어서 레몬즙과 올리브유에 재어놓고 먹기도 한다. 그리스와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문어를 먹물과 함께 요리하기도 한다. 산토리니의 문어구이는 외국인들을 유혹하는 또 다른 관광 레시피다.

우리나라에서도 ‘글을 아는 물고기’(文魚)라는 이름 덕분인지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동해안 지방 관청들이 한양으로 보내는 공납품이었고 잔칫상과 차례상, 제사상에도 꼭 오르는 고급 메뉴였다. 문어 최대 소비지가 안동인 것도 마찬가지. 유교 전통과 제례 행사가 많은 까닭이다. 제사 수요가 늘어나는 명절 때는 문어값이 치솟기도 한다. 문어는 일생에 한 번만 알을 낳기 때문에 개체가 줄어들면 회복하기 어렵다. 최상의 맛만큼 ‘귀하신 몸’이다.

마침 ‘포항 호미곶 돌문어축제’(22~24일), ‘문어와 함께하는 고성 저도어장 수산물축제’(5월13~15일) 등이 잇달아 열린다. 굳이 멀리까지 갈 수 없다면 집에서 식구들끼리 오붓하게 즐기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산지에서 바로 삶아 택배로 보내주니 더욱 간편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