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 139만4287명, 모집액 8763억원. ‘만능 절세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출시 한 달 성적표다. 광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모집액 면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끼상품과 경품으로 계좌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는 초기 시장이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금융회사 간 진짜 승부처는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자의 자금을 굴려주는 일임형 시장이란 분석도 있다.
[만능통장 ISA 출시 한 달] 아직은 못 미더운 ISA…"5월 첫 수익률 나와야 자금 움직일 것"
“기대한 자금의 절반만 들어왔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도입 4주차인 지난 4일부터 8일 사이 1771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1주일에 2000억~2500억원씩 자금이 유입되던 첫 3주에 비해 유입액이 줄었다. 은행과 증권사의 판촉 캠페인이 시들해진 결과다.

금융회사들의 모집액은 당초 예상치의 절반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는 ISA 시장 규모를 도입 첫해 24조원(월평균 2조원)으로 예측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본부장은 “ISA가 좋은 상품이란 점엔 공감하면서도 선뜻 자금을 넣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가계에 저축 여력이 많지 않고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에 비해 세제혜택도 약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도 시장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다. 원금을 까먹을 수 있는 상품을 많이 취급하지 않는 은행 소속 직원 중 일부가 ISA에 대한 상품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은행과 증권사 간 시장 쟁탈전이다. 가입자 숫자에선 점포 수가 많은 은행이 압도적이다. 전체 가입자의 90.8%인 126만6668명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했다. 증권사는 12만6914명(9.1%)을 유치했다. 실속은 증권사가 챙겼다. 은행에 들어온 돈은 5327억원(60.8%)으로 3427억원(39.1%)을 모은 증권사를 눌렀다. 하지만 1인당 평균 가입액은 증권사가 270만원으로 은행(42만원)의 6배를 넘었다.

5월 수익률 공시가 승부처

지난 한 달 동안 ISA 투자자의 98%는 계좌에 담을 상품을 직접 지정하는 신탁형(유입액 8610억원)을 선택했다. 금융회사들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일임형 상품을 선택하긴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과 중소형 증권사 중 상당수가 일임형 상품을 뒤늦게 내놓은 것도 일임형 상품 모집액이 적었던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의 수익률과 수수료 체계가 공시되는 5월부터 일임형 ISA에도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2%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랩어카운트를 절반 이하의 수수료만 내면서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주요 금융사는 5월 수익률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편 자산 운용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일임 전문가가 부족한 은행들이 인력 수혈에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이 일임형 ISA 운용과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 계열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전문인력을 지원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환매조건부채권(RP)과 주가연계증권(ELS)이 중심인 신탁형 ISA 시장이 한층 더 풍성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준후 미래에셋대우 동탄지점장은 “배당주인 맥쿼리인프라와 부동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ISA에 담겠다는 요청이 늘고 있다”며 “ISA 도입을 계기로 그동안 절세 혜택을 받기 힘들었던 배당형 자산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