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
“최근 2~3년간 인수합병(M&A) 연습을 많이 했으니 올해는 꼭 결실을 봐야죠.”

안국약품은 M&A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인 중견 제약회사다. 2014년에는 한화 계열사인 드림파마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한 바이오벤처 인수를 물밑에서 추진했다.

어진 부회장은 “지난해 뷰티 관련 바이오업체와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 상대가 마음을 바꿔 무산됐다”며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배우지 못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어 부회장은 M&A협상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했다고 한다. 그는 “협상이 길어질수록 피인수 기업의 임원 등 내부자 반발이 커지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전광석화와 같은 의사결정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그의 경영목표 가장 윗단에는 M&A가 들어 있다.

눈영양제 ‘토비콤’으로 유명한 안국약품은 최근 수년간 ‘소리 없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8.8% 늘어난 1997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3.5% 늘어난 129억원을 올렸다.

꾸준히 투자한 연구개발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상위 제약사 평균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7%인 데 비해 안국약품은 12%를 연구개발에 투입해왔다.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5호 천연물 신약 ‘시네츄라’(진해거담제)를 비롯해 고혈압 치료제 등 개량신약 6개 품목이 연평균 700억원의 매출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든 뷰티성형 등 비급여 품목이 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어 부회장은 “필러 등 뷰티성형 분야는 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서 자유롭다”며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과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천연물 신약은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라며 “글로벌 임상을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안국약품은 수년 전 시네츄라의 중국 진출을 염두고 두고 임상시험을 했으나 중국 보건당국이 천연물 신약 기준을 까다롭게 변경하면서 전략을 변경했다.

어 부회장은 “중국은 미세먼지 때문에 진해거담제 시장 성장률이 높은 곳인데 허가진행 단계에서 기준이 바뀌어 혼란스러웠다”며 “미국 허가 후 재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신약으로 개발 중인 당뇨치료제의 유럽임상에도 착수하는 등 중견 제약사로는 드물게 글로벌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