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의 역' 20일 선돌극장서
박근형 연출 '죽이 되든…'
김낙형의 '붉은 매미'도 무대에
76단은 1976년 기 예술감독과 배우 기주봉 형제, 무용평론가 김태원,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등이 창단했다. 부조리극 중심의 실험극 운동을 표방했다. 극단 이름은 창단 연도에서 따왔다. 76단이 젊고 패기 있는 극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을 국내 초연하면서였다. 줄거리와 무대장치도 없었고, 관객에게 욕하고 물을 뿌리는 등 말 그대로 ‘관객 모독’이었다. 젊은 관객들은 열광했다. 이후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리어왕’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인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리어의 역’(4월20일~5월8일 선돌극장, 6월1~5일 게릴라극장)은 기 예술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창작극이다. 리어왕 역할만 30년 한 배우가 있다. 그가 치매에 걸려 은퇴하자 국가는 그의 이름으로 극장을 짓는다. 그는 무대 바로 밑에서 유폐된 생활을 한다. 그에게 30년간 주인공과 함께 광대 역할을 해온 배우가 찾아온다. 두 배우는 리어와 광대의 역할극을 시작하고, 셰익스피어 원작 속 대사와 극 중 주인공의 삶이 겹쳐지면서 유희는 광폭해진다는 내용이다.
박 대표의 ‘죽이 되든, 밥이 되든’(5월18~29일 게릴라극장)은 모진 풍파를 겪은 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자식들과 떠난 마지막 순례길을 그린 작품이다. 순례 도중 폐허가 된 극장에서 이들은 인생과 예술에 대한 정담을 나누게 된다. 김 대표의 ‘붉은 매미’(6월8~12일 게릴라극장)는 경마장에서 만난 세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허와 실, 그 속에서 망가진 한 개인, 망상과 불확실로 가득한 그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3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