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덮친 가뭄…냉각수 부족해 화력발전소 가동 멈춰
가뭄이 인도를 덮쳤다. 갠지스강은 바닥을 일부 드러냈고 강 옆의 화력발전소는 냉각수 부족에 가동을 멈췄다. 완공 30년 만에 처음이다. 석탄을 나르던 바지선도 강 중턱에 멈춰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균을 밑돈 강우량과 정부의 수자원 관리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며 “물 부족이 장기적으로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올 들어 인도 북부에서 남부에 이르는 29개 주(州) 가운데 10곳이 가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4년에 이어 작년에도 6~9월 몬순(인도의 우기)에 평년보다 12~14% 적은 비가 내렸다.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히만슈 타카는 “독립 이후 최악의 여름(3~5월)일 것”이라고 말했다.

3500여명이 살고 있는 인도 북부의 작은 마을 구시야리에선 15m 깊이의 우물 하나에 주민 생존이 달렸다. 마을 주민 베티 칸은 “물 부족에 마을 처녀들은 다른 마을로 시집가는 게 유행”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에선 물을 많이 쓰는 코카콜라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시위가 벌어졌다.

늘어나는 인구와 기후변화 등으로 1인당 가용 수자원이 해마다 줄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FT는 “이웃 파키스탄처럼 인도의 물 부족은 절대적인 강우량 부족이라기보다 수자원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에선 우기에 내린 비를 저장할 댐이 충분하지 않고 수로도 낡아 물이 새는 곳이 많다. 물을 많이 쓰는 쌀 농사와 사탕수수 재배를 줄여야 하지만 대지주의 입김에 정부는 손을 못 대고 있다.

정부의 전기 및 경유 보조금을 받는 농부들이 펌프로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것도 문제다. 1960년대 수만개였던 지하수 펌프 숫자는 현재 2000만개 이상으로 늘었다. 시얌 카드카 UN 식량농업기구 인도 대표는 “인도 정치가들도 상황은 알지만 지하수 사용을 규제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희박하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