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보수성향 민간단체에 정부 보조금 '편향지원' 논란
“정치적 성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민간 심사위원이 공정하게 지원 대상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가 지난 13일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금 내역을 발표한 뒤 기자에게 한 얘기다. 행자부는 매년 중앙행정기관에 등록된 1561개 비영리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공모해 9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공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는 종교단체·사회복지단체, 연구기관 등이 해당된다.

올해 보조금을 지원받는 단체는 234곳이다. 지원단체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보수 성향이 뚜렷한 안보 및 역사단체다. 북한 인권 관련 단체도 10곳을 넘는다. 이 중 북한 정권 퇴진과 한국의 핵 개발을 주장하는 단체도 적지 않다. 동성애와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도 이번에 포함됐다.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는 B건국회와 C사랑회도 각각 3000만원과 2100만원을 지원받는다. 야당 해산을 요구하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운 D연합회도 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반면 진보 성향이 뚜렷한 민간단체는 사실상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보수 성향 단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청년 및 장애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여 정치적 성향을 띠지 않는 단체들이다.

민간단체들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보수 역사단체가 주장하는 건국절 제정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얘기다. 다만 이들 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정부 보조금이 특정 정치적 성향을 띤 단체들에 몰린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 사회의 ‘이념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민간단체 보조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 정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보조금이 진보 성향 단체에 몰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진보 성향 민간단체에 보수단체보다 네 배가량 많은 보조금을 몰아줬다는 ‘편향 지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재정이 열악한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당초 제도 취지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보조금을 특정 성향을 띤 단체에 몰아주는 건 민간단체를 ‘관변 단체’로 전락시키는 꼴이다. 정부 보조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