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특화 증권사 제도가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지원’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설 수 있게 됐다. 정부 역시 다양한 인센티브로 측면 지원에 나서는 만큼 유망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혜택 많이 받지만 …

중기 특화 증권사 6곳 선정…저금리 대출·펀드운용사 선정 '우대'
중소기업특화 증권사 제도는 중소·벤처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증권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도입됐다. 투자은행(IB) 업무를 활발하게 하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최소 수천억원 이상 대규모 거래만 취급해온 데 비해 중소형 증권사는 자금력과 업무범위 등의 한계로 충분한 기업금융 서비스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중소기업 자금조달의 92%는 은행 대출을 통해 이뤄졌으며 자본시장 비중은 1%에 불과했다.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유진투자·KB투자·코리아에셋투자·키움 등 이번에 선정된 증권사 6곳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우선 한국증권금융(옛 성장사다리펀드)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조성한 중소기업 인수합병(M&A) 펀드를 운용할 운용사를 선정할 때 우대를 받는다.

자금을 낮은 금리로 더 많이 빌려 쓸 수도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들 증권사에 증권담보대출 한도를 20% 확대하고 금리는 최대 0.2%포인트가량 우대해줄 방침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P-CBO(채권담보부증권) 발행 주관사를 선정할 때 가점을 준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전용펀드, 저리자금 활용 등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IB와 차별화 … 연 50억 수익 기대

이번에 선정된 증권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K투자는 조만간 중소·벤처기업 업무를 총괄하는 SME금융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M&A와 사모펀드(PEF)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독립본부 설치, 비재무 컨설팅 등 특화서비스 제공 등으로 중소기업 지원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유안타는 중화권 증권사의 특징을 살려 국내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고, 유진은 자산운용·선물·PEF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자금지원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증권사가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해 연 50억원 내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이 혜택만 누리고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간탈락’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금융위는 중간평가 결과 중소기업 지원 실적이 부족한 증권사는 지정을 취소할 계획이다. 라이선스 효력은 2년이며 지정됐던 증권사도 재응모할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