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 무시하면 안돼" vs "고인 물이 썩는 법" 설전

정치권에서 기존 집행부와 의견이 엇갈려 내부 계파를 만들거나, 아예 당을 나와 창당하는 사례는 비교적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의료계에서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향후 사태가 어떻게 수습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기존부터 운영되고 있던 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 선출에 의한 산부인과의사회' 두 계파로 나뉜 상태에서 양측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부터 박노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산부인과의사회는 1997년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로 창립된 후 2004년 정관개정을 통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바뀐 단체다.

또 지난해 12월 출범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 1천448명의 투표를 거쳐 1천141표(78.8%)를 얻어 당선된 김동석 회장이 초대회장을 맡고 있다.

양 측 갈등의 가장 큰 핵심은 '대의원명단 선출 및 변경 책임'으로 볼 수 있다.

박노준 회장은 기존 집행부를 반대하는 서울, 경기, 강원, 충남 4개 지역에서 대의원 선출을 연기하고 있어 정상적인 회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정관에 명백하게 나와 있는 대의원 선출 방식으로 차기 집행부를 뽑으려고 했으나,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4년 10월 일부 회원들이 대의원명단 변경 문제로 '대의원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결국 지금과 같은 분열된 양상을 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기존 집행부의 특정 임원진에만 유리한 대의원 선출 방식을 고집하는 행보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박 회장은 이전 집행부까지 무려 15년 동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주요 임원을 해왔다"며 "고인 물이 썩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구시대적 유물인 세습 방식의 집행부 선출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오히려 김동석 회장을 비판했다.

김 회장이 현 이충훈 수석부회장과 차기 회장 선거대결에서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대의원명단 선출에 관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결국 대의원총회가 3차례나 연기됐고, 아직도 차기 집행부가 선출되지 않은 것은 모두 저쪽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주장에 김 회장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리 문제'까지 거론했다.

김 회장은 "가장 숫자가 많은 서울 지역 대의원 선출 과정에 박 회장 집행부의 선거관리위원장이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어떻게 대의원선출 방식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같은 의사로서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리를 저지른 정황도 확보하고 있다"며 "박 회장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민심을 잃은 만큼, 새롭게 출범한 직선제 집행부로 산부인과와 관련된 현안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회장 직무 수행'과 '단체 명칭 사용'과 관련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는 양측은 앞으로도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 관련 단체가 장기간 분열된 양상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조속히 정상화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