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에 ‘여초(女超) 현상’이 뚜렷하다. 연구개발(R&D) 기간이 길고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속성 때문에 여성 인력 비중이 다른 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유전자 진단 전문기업 디엔에이링크는 전체 직원 62명 중 46명이 여성이다. 전체 인력에서 74.2%를 차지한다.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로메드는 전체 59명 중에서 32명이 여직원이다. 비율로 따지면 54.2%로 절반이 넘는다.

R&D 인력만 보면 여초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셀트리온의 R&D 직원 352명 중 60.8%(214명)가 여성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인 제넥신은 전체 직원 123명 중 여성 비중이 51.2%에 달한다. 씨젠도 연구인력 56명 중 60.7%인 34명이 여성이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바이오기업은 실험 등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 손기술이 중요하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 외에도 남성에 비해 술 담배를 덜하는 게 손기술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인력에서 생명공학·약학 전공자 비중이 높은 것도 바이오업계에 여성 인력이 급증하는 배경 중 하나다.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 전공자가 많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메디포스트도 여성 직원 수가 절반이 넘는다. 총 172명에서 52.3%(90명)가 여성 직원이다. 이 회사는 경기 판교 본사에 전문강사가 여성 직원을 상대로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R&D가 핵심인 바이오기업에서는 성별보다 능력이 최우선 기준”이라며 “고학력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